여야가 3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입법 혈투’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에 기반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고, 민주당은 이달 국회를 ‘갑’의 횡포에 맞서는 ‘을을 위한 국회’라 규정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여당과 ‘분배’를 강조하는 야당의 전통적 입장차가 이달 국회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간 3인 회동이 여야 쟁점 사항을 푸는 ‘열쇠’가 될 지도 관심거리다.
우선 새누리당은 이번달 국회 ‘입법 1순위’에 ‘일자리 창출’을 올려놨다. 새누리당이 중점 처리하겠다고 밝힌 111개 법안 가운데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은 31건. 경제민주화 법안은 12건이다. ‘일자리’가 국회 최우선 입법 사안이라는 새누리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인 창조경제 활성화를 적극 뒷받침 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 융합 활성화 및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ICT 특별법을 1순위 과제로 올렸다.
당은 ‘일자리 창출’을 지상과제로 놓고, 고용률 70%를 이루기 위한 법적 지원에도 초점을 맞춘다. 그밖에 질좋은 일자리 마련과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근무여건 향상을 위한 법안도 우선순위에 포함시켰다. 대표적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고, 여성근로자가 임신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중점 처리법안에 포함됐다. 또 스펙을 초월한 차별없는 채용시스템 정착을 위한 ‘고용정책기본법’과 최근 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기관 지방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도 6월 국회 중점처리 법안이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를 ‘을 지키기 국회’로 정의 내리고 입법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을 지키기’ 법안이 핵심이다. 남양유업 방지법과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 공정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이번달 안에 본회의 통과가 목표”라고 말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을을 지키기 위한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며 “사회 양극화와 시장만능주의가 우선시되다보니 갑들의 횡포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당 내에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오는 4일 서울 강남의 농심 특약점 한곳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지금까지 ‘갑을(甲乙)’ 이슈가 사건이 터지고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상했다면, 앞으로는 ‘을’의 고충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끊겠다는 의지다. 위원회는 지난 2일 농심특약점협의회 대표 등을 국회로 초청해 피해 사례를 들었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핵심 입법과제를 5대 분야, 16개 법안으로 추렸다. 특히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에 대한 입법이 국회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이르면 이번주 중 성사될 것으로 알려졌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3인 회동이 연기됐다. 민주당의 연기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정치권에선 야당이 여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와대 회동을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홍석희ㆍ조민선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