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깎이면 오늘밤이라도 대리운전 뛰어야 될 지경이에요.”
국회의원의 월급 삭감(세비 인하)에 반대하는 한 민주당 의원의 하소연이다.
그런데 곧바로 말을 삼킨다.
“잠깐, 대리운전은 돈 벌려고 하는 건데 또 영리 목적 겸직은 금지한다고 하잖아요. 대리운전도 뛰기 어렵네요.”
결국은 ‘못해먹겠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월급 300만원 깎이면 12개월 곱해 3600만원 만큼 한 해 빚이 늘어나는 겁니다. 국회의원 못한다는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 의원,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지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만 그럴까.
새누리당의 한 의원.
“미국 상원은 보좌관이 40명이나 돼요.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수천조 예산을 심사할 때 꼼꼼하게 확인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제대로 감시만 해도 40명 보좌관 월급 주고도 남아요.”
‘그건 미국 얘기’라는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그나저나 이 의원에겐 먼 미국 얘기만 들리지 국내에서 매해 예산심사 때마다 반복되는 ‘쪽지예산’ ‘민원예산’ 지적은 안들리나 싶다.
지금 여야는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핵심 주제다. 가장 논란거리는 단연 월급 삭감 문제다. 그런데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내에서 없던 일로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의원들의 월급 반납, 월급 인하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스스로 했던 약속이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의원은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자 ‘월급 반납’에 나섰다. ‘반납 안 하는’ 야당에 눈총도 줬다. 민주당은 아예 지난 대선 전 ‘30% 월급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 원성 때문에 한 것도 아닌데, 지금 와서 ‘월급 깎으면 빚 늘어난다’며 난리다. 누구에게 하는 소리일까.
서양 말버릇대로 ‘좋은 소식, 나쁜 소식’으로 마무리해보자.
좋은 소식부터. 소비심리학은 의원님들의 만만치 않은 세비 삭감 저항을 ‘소비관성’으로 설명한다. 소득이 줄었다고 곧바로 소비가 줄지 않고 일정기간 과거의 소비행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월급이 줄어든 만큼 빚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이해간다. 마무리는 나쁜 소식. ‘소비관성’ 이론에는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모든 사람은 줄어든 소득에 적응하게 마련이라고 쓰여 있다.
약속을 어기면 사기다. 특히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면 대국민 사기극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