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명의의 ‘페이퍼컴퍼니’가 확인되면서 정치권이 역외탈세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부쳤다.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회수를 위한 법안을 내놓은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역외 탈세 특별위원회’ 구성을 새누리당에 제안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과 맞물려 있어 새누리당도 거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찰과 국세청에 이어 국회까지 ‘전두환 추징금 걷기’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민병두 의원은 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재국씨가 보유한 재산 중 일부가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회 차원의 ‘역외탈세특위’ 구성을 여당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 담당인 기재위를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관련 법안들을 모아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된 특위는 전재국씨 등 논란이 된 역외탈세 의혹에 대한 현황 분석과, 국회 차원의 입법 대응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지금까지 발의된 입법안들을 추려 단일 법안으로 합치는 방안도 논의하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증여세 탈루 의혹, 차명계좌 보유, 역외 탈세 의혹 등을 집중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새누리당도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재원마련’ 방편이었던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 탈세 문제가 궤를 같이하고 있고, 최근 여론조차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역외탈세 문제에 전직 대통령 자제를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포함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정부는 조속히 명단을 입수해 그 내용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성역 없는 조사와 엄중한 의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사결과가 마뜩치 않으면 국회가 특위구성으로 직접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재 민주당 최재성, 김동철 의원 등도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와 관련한 법안들을 발의 해둔 상태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재오 의원이 역외탈세 적발 시 처벌 강화를 위한 조세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도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제ㆍ개정에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따라서 법제ㆍ개정은 피하면서도 들끓는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특위 구성에 합의해 뭔가 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