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수산물 공급량 따라 가격 들쭉날쭉
국제곡물 급등주기도 2~3년 주기로 빨라져
올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었다. 봄추위에 복숭아나무들이 얼어죽었고, 다른 여름 과일도 이상 저기온에 꽃들이 제대로 피지 못했다. 출하시기도 늦어질 것이고, 가격은 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채소들은 상황이 정반대다. 이른 더위에 생육이 좋아져 출하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이상기후에 대책이 없기는 바닷속도 마찬가지다. 지난겨울 이상한파에 해수 온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민생선’이었던 고등어의 몸값이 크게 뛰는가 하면, 최근엔 부산 어시장이 때 아닌 참치 풍년에 한바탕 들썩거렸다.
농수산물의 가격도 공산품과 같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농수산물의 공급을 결정하는 가장 비중 있는 요소가 바로 기후다. 수확시기도, 수확량도 모두 기후에 달렸다.
특히 국내 농수산물의 경우 공급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생산량이라 파생상품 등 투자 수요는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김장철이나 명절 등 수요가 늘어날 시기는 뻔하다. 예상치 못한 이상기온으로 작황이 부진하면 바로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주요 농축산물 28개 품목으로 구성된 농산물 체감물가지수는 2010년 이후 현재 10% 안팎으로 상승한 상태다. 최근 들어 이상기온 현상이 빈번하면서 농수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다소 올랐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핵심 곡물은 소맥과 대두, 옥수수다. 한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곡물 수입 5위 국가이며, 곡물자급률이 30%에 못 미친다.
경기 호황기에 몰렸던 투기 수요가 점차 감소하면서 국제 곡물시장에서도 날씨의 영향력이 커졌다.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 2008년 상반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애그플레이션’을 연출했다. 당시 식량부족에 일부 국가가 수출제한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상기온이 일상화되면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2~3년 주기로 빨라지고 있기도 하다.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인구 증가로 전체 소비량은 크게 늘었다.
2008년 고점과 비교하면 선물가를 기준으로 소맥은 20.4%, 대두는 8.1%, 옥수수는 13.1%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날씨 변동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여전하다. 미국의 이상저온과 일부 지역의 홍수로 최근 파종 지연이 이슈로 떠올랐다.
임호상 삼성선물 연구원은 “곡물가격은 향후 재배지역의 날씨 변화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이며 날씨에 따른 가격 등락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