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입법 ABC’ 도 모르는 의원님들
전두환법·통상임금·공정거래법…
票의식 여론 편승…뜨거운 법리논쟁
기존 법률과 배치·과잉법안 논란거리
엉뚱한 판례 제시·어이없는 실수도



박근혜정부 출범 후 국회에서 쏟아진 법안에 대한 법리 논쟁이 뜨겁다. 표를 의식해 법리에 맞지 않는 법안을 마구 내놓는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법도 모른 채 여야 합의를 하는 어이없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인 만큼 혁신과 개혁을 위해서는 기존의 법 틀을 깨는 참신한 법안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법리 논쟁이 가장 뜨거운 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걷기 위한 ‘전두환법’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 여부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관련법인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전 씨 일가가 자신들의 재산이 불법으로 모은 재산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례로 제시한 법안이 ‘친일파 재산 환수 특별법’이다. 그런데 판례를 인용할 때는 적용법이 같아야 한다는 법리와 어긋난다. 최 의원실도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

일부 ‘전두환법’의 강제노역 부분도 논란이다. 강제노역은 형법을 어겨 벌금형을 받고 이를 미납했을 때 처해지는 후속조치다. 그런데 추징금은 형법상 처벌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변호사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전두환 추징금 문제는 법안 발의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세청의 국제조세국에 예산과 인원을 늘리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새누리당에도 ‘여론 입법’ 행태는 적지 않다.

민현주 의원은 횡령·배임 액수가 300억원 이상인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을 사는 법안(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내놨다. 통상 ‘몇 년 이상’의 형량을 법률안에 규정하는 것은 살인 등 ‘극악무도한 범죄’ 등에만 적용돼왔던 터라 ‘과잉입법’ 논란이 일었고, 당내에서부터 반대에 부딪혀 현재 대안입법을 추진 중이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달 초 같은 당 이종훈 의원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집단소송제)을 낸 것과 관련, “집단소송제는 민사소송의 특례법인 만큼 실체법이 아닌 절차법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체계와 어긋남을 지적한 것이다.

법리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여론의 관심에 정치권이 적극 노력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가 좋은 예다. 현재까지는 사법의 영역이었지만, 최근 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근로기준법에 임금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리적인 논란 여부를 떠나 사회 현안에 대해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들도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며 ‘검찰 수사 직후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야당의 협상 대표였던 우원식 의원은 ‘야당이 거둔 성과’라고 자랑까지 했다. 현행 국정감사법(8조)상 수사 중이거나 기소 중인 사건은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 우 의원은 이와 관련, “여야 합의가 우선이다. 필요하면 법을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고 궁색하게 설명했다.

홍석희ㆍ백웅기 기자/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