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시장이 심상치 않다. 일본 주식시장 2주 만에 13% 하락, 남아공 통화 3주 만에 미 달러 대비 12% 절하, 호주 달러 4주 만에 미 달러 대비 10% 절하, 터키 주식시장 6월 초 하루에 7% 급락, 그리고 전 세계 특히 미국의 신용 스프레드 확대 반전 등이다. 지난 2년간 꾸준히 좁혀져 왔던 미국의 신용 스프레드가 반전되면서 뉴욕 런던 홍콩의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 위험을 얼마나 부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오랫동안 녹색이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드디어 황색 신호가 떨어졌다.
늘 금융 흐름을 배우는 학생인 내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과 움직임은 1987년 및 1994년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시장 사이클의 한 국면이 끝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의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마도 길고 변덕이 심하며 무더운 여름 날씨 같을 것이다. 한 방향으로 왔던 이전과는 다르게 말이다.
2008년 이후 벌어진 유동성 공급 및 재정 적자를 통한 지출 확대는 근래 가장 공격적인 조치였고, 시장도 이에 따라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하다. 거시 상황이 악화되거나 잠재 위기 상황이 연출되면 슈퍼맨이 출현하듯 중앙은행들이 몇 차례든 유동성을 풀어 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 움직임은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에 의해 좌우됐다. 몇 차례 유동성 공급 이후 시장은 예상대로 ‘리스크 온(risk onㆍ위험 적극 부담)’했다. 일본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합세했고, 이후 일본 시장이 어땠는지 우리는 잘 안다. 금융시장에서는 ‘고민은 나중에 하고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식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재정 규모를 5배 늘렸다. 중국 런민(人民)은행도 눈에 띄지 않게 7배나 늘렸다. 변화의 폭이 실로 엄청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황색 신호가 떨어진 이유는 글로벌 매크로 상황 때문이다. 유동성 확장 때문에 펼쳐진 장기 리스크 온이 끝나면 ‘리스크 오프(risk-off)’가 따라온다. Fed와 ECB 모두 현재의 유동성 확장 기조에서 빠져나올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시속 150㎞에서 110㎞로 낮추는 순간 실제보다 훨씬 느리다고 느끼게 되는데, 금융시장이 유동성 반전에 대해 이렇게 느끼는 것 같다. 시속 150㎞를 기준으로 달리던 곳이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즉 무제한 유동성을 가정해 시장 위험과 노출도를 맞춰놓은 쪽에서 가장 고통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취약한 시장과 나라가 어디인가? 우선 미국과 유럽의 신용 스프레드 상품이다. 중앙은행들이 자본비용의 ‘무위험 벤치마크’를 왜곡해 크레디트 시장에 큰 이격이 발생했다. 선진국들이 봤으면 좋아했을 부동산 버블은 아이러니하게도 상하이 뭄바이 상파울루에서 발생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머징마켓의 경제 및 금융시장은 매우 취약하다. 이머징마켓 통화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보라. 브라질 중국 러시아의 주식 시황을 보라. 1987년이나 1994년과 유사하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위험 선호도를 낮추고 보이는 것(유동성에 휘둘린 가격)과 실제(펀더멘털 성장)를 잘 따져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야말로 현재 복잡하고 위험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항해하는 데에 유용한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