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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기는(?) 전두환…버티는 전두환…
추징금 1673억 미납 올 10월 공소시효만료 앞두고 정가 ‘뜨거운 감자’ 로…Q&A로 풀어본 전두환 추징금 해법
Q. 재산 안걷나 못걷나
A.“내 전재산 29만원” 전두환 버티기
檢, 의심채권 찾고도 추징안해 의문

Q. 전두환 法 나오나
A. 연좌제·불소급원칙탓 위헌 가능성
민주당서 발의…현실화는 미지수

Q. 아들 ‘페이퍼컴퍼니’ 계좌 단서될까
A. 불법자금 확실땐 민사訴 통해 추징
‘시드머니’ 추징금 액수도 쟁점될 듯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가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전 前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지난 2004년 7월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돈이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기 때문이다. 1997년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220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지만 현재까지 1673억원이나 미납됐다.

▶부진한 추징은 검찰의 무기력 탓?=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자택에서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며 납부 의사를 밝혔고, 188억원의 무기명채권과 그 이자 100억원 등 288억원을 내놨다. 그런데 자발적 납부는 이게 끝이다. 다음부터는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의 ‘밀당(밀고 당기기)’이다. 그나마 가장 적극적이었던 때는 노무현 정부 때였다. 2003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공개하라는 재산명시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내 연희동 자택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경매에 부쳤다. 그런데 경매 결과 당시 감정가격 7억원대였던 연희동 자택 별채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에게 낙찰됐다. 전 전 대통령은 이 당시 법원에서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처남’의 등장에 탄력 받은 검찰은 2004년 이순자 씨 등 친인척에 대한 추징작업을 벌여 128억원을 납부받는다.

하지만 이때 검찰이 100% 능력을 발휘했는지는 미지수다. 2003년 10월 대검 중수부는 전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재용 씨가 관리 중이던 채권(73억여원)이 전 전 대통령의 것으로 의심됐지만 추징을 하지 않았다. 검찰이 채권 소유자를 전 전 대통령으로 되돌리는 소송을 진행했다면 추징이 가능했겠지만, 이 과정을 진행치 않은 것이다. 2006년에는 한 언론이 전 전 대통령의 등기부등본을 떼본 결과 본인 명의의 ‘서초동 땅’이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 해당 땅을 추징해 1억원가량을 받아냈다. 검찰이 등기부등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이다. 그나마 이명박정부에서는 2010년 전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300만원을 빼면 은행의 채권추심으로 4만9000원을 거뒀을 뿐이다.


▶돈 어떻게 숨겨놨기에?=전 전 대통령의 공식 재산은 ‘29만원 선언’ 이후 10년째 ‘0원’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큰아들 재국 씨(약 500억원), 둘째 재용 씨(약 400억원), 셋째 재만 씨(1230억원), 딸 효선 씨(15억원) 등이 가진 재산만 2000억원이 넘는다. 자녀의 재산은 추징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의 허점을 이용, 본인 재산을 이미 증여 등을 통해 자녀 명의로 돌려놨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전두환 추징금 추적팀’의 유승준 대검 집행과장은 최근 “사해행위취소청구 소송이라도 내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사해행위취소청구 소송’이란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목적으로 3자에게 돈을 줘버렸을 경우, 3자에게 돈을 줘버린 ‘계약’을 취소토록 하는 소송이다. 민법상 사해행위의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그 전에 명의를 돌렸다면 소용이 없다.

일각에서는 골프채 등 전 전 대통령이 사용하는 물건이라도 경매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동차나 토지, 유가증권 등은 국가에 누구의 소유임을 밝히는 ‘등기’ 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명확하다. 그러나 골프채 등 전 전 대통령이 사용하는 물품은 소유권자가 명확지가 않다. 강인철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의 경우 대부분의 재산을 타인 명의로 옮겨놓았다. 골프채 등 물품으로의 추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초법적인 ‘전두환 법’까지=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이 15년째 이어지다 보니 특단의 대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위헌 가능성이 높은 전두환 법을 발의할 정도다. 하지만 말 그대로 위헌 소지 때문에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두환 법안은 추징금 미납 시 강제노역형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현행 형법상 ‘강제노역’은 벌금을 안 냈을 경우 처해진다. ‘벌금’은 형벌이지만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고 있는 ‘추징금’은 형벌이 아니다. 때문에 ‘강제노역’을 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죄에 따른 부가형으로 추징금이 정해졌는데, 추징금 미납을 이유로 강제노역에 처해진 사례는 현재까지 한 번도 없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특정 고위공직자 가족의 재산 취득에 대한 소명이 안 되거나 사실관계가 부합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는 그 재산가액의 80%를 불법재산으로 간주하고 추징하는 특정 고위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안을 내놨는데, 헌법이 금한 연좌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헌법 13조 3항은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전 전 대통령의 자식들이 이를 근거로 관련 특별법의 위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형법상 추징 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는 법안을 내놨는데, 새누리당에서는 소급입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헌법 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시효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조세피난처 계좌, 단서 될까?=관건은 계좌 내 자금의 ‘불법성’ 여부다. 이를 위해선 ‘페이퍼 컴퍼니’가 설립된 버진아일랜드의 동의를 받아 해당국에서 세무조사를 벌여야 한다. 하지만 버진아일랜드가 다른 나라의 세무조사를 자국 내에서 허용한 사례는 없다. 불법 조성된 자금이라는 점이 밝혀지고 법정 공방이 진행되면 확인된 액수 가운데 얼마를 추징 대상으로 볼지가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불법 증여가 이뤄진 지 십수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른바 ‘씨앗 자금’에 대해서만 추징을 할 것인지, 불어난 자금 전체를 추징 대상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덜 내려는’ 전 전 대통령 측 일가와 ‘더 받아내려는’ 국가의 한판 승부가 법정에서 진행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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