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여러차례 걸쳐 ‘자주 만나게 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즉답을 피하면서도 ‘격을 따지지 말자’며 큰 틀에서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남한을 집접 방문키는 ‘어렵다’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남한은 데모가 많다’며 김 위원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지나치게 굴종적이었다’며 비난했고, 민주당측은 ‘맥락을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해석을 달리했다.
‘만남’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남북화해의 세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남북 정상이 자주 만나다보면 결국 통일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힘을 합친다는 것 자체가 두 정상이 만나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부흥, 촉진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여당측이 ‘굴종적’이라 언급하는 부분은 오전 회담이 끝날 즈음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두 번, 세 번, 네 번,만나고 오라고 나한테 짐을 지워 보냈는데, 한번 만나고 가면 노무현 쫓겨왔다 쓸텐데, 위원장께서 날 그렇게 할 겁니까?”라고 말했다. 보기에 따라 오후 회담을 ‘구걸’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남측 기자와 일본 기자들은 아주 영리스럽다. 최근에는 이제 기자가 아니고 작가입니다. 기자들이 모든 이야기를 다 꾸며내고..”라며 남한 언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오후에도 만나자는 요구에 대한 답변은 빠져있다.
‘애원조’의 발언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시로 보자고만 해주십시오”라고 김 위원장에게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문제가 있으면 그저 상호 일이 있으면 호상 방문 하는 거..”라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일이 있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일 없으면 볼 일이 없다 이렇게 느껴지니까 그러지 마시고”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그 대신에 격식과 모든 것을 다..”라며 사실상 남북간 회담 정례화에 대해 수긍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남한을 직접 방문하는 것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남측 방문은 언제 해 주실랍니까?”라고 묻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약속을 언급한 뒤 “미사일 문제요 핵문제요. 지금 가자고 해도 전 세계가 놀래서 와락와락 할 때 내가 뭐하러 가겠냐”고 답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문제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우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남측은 데모가 너무 자유로운 나라라서 모시기도 그렇게.. 우리도 좀 어려움이 있습니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도 “남쪽 사람들의 정서도 봐야 합니다. 정서를 봐야 되겠고..”라고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연 1회 남북 정상간 만남도 제의했다. 그는 “남북간 화해를 제도화하기 위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적어도 연 1회 정도는 남북이 정산간에 만남을 만들어야 하며, 당국간 상설 협의 기구도 기구로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상호 개설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선 배석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대답을 대신했다. 김 통전부장은 “기본적으로 다 됐습니다. 어제 상임위원장 동지가 구체적으로 말씀 드렸기 때문에 또 그대로 보고 드렸습니다”고 답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