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중장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한 한기호(61ㆍ사진) 새누리당 의원의 일갈은 즉각적인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지뢰제거 및 지뢰 피해자 지원 국제신탁 기금(ITF)에 매년 2~3억 가량의 지원금을 기부하고 있지만 국내 지뢰 피해자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뢰는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전역에 살포돼 2012년말 기준 약 111㎢ 면적의 1320여곳에 지뢰지대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일부가 유실되거나 경고표지판 미설치 등으로 지뢰사고로 인한 피해는 꾸준히 발생해왔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은 미흡했다.
한 의원은 “2011년 강원도 지역을 기준으로 군인을 뺀 민간인만 228명이 지뢰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배상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거나 국가배상을 받더라도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아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이들을 지원해야 함에도 관련 법규도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민간 지뢰피해자 지원단체에 따르면 실제 많은 지뢰 피해자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제도를 모르거나, 군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손해배상도 청구하지 못한 채 소멸시효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휴전 이후 접경지역을 농토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땅을 개간할 일부 주민들의 입주를 허용했는데 그 권리를 국방부에서 내줬다”며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군에 밉보일까봐 지뢰 피해를 당해도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이들은 대다수가 지원법안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아직 여러 관문을 지나야 한다. 이미 관련 법안은 16대 국회에서부터 발의됐지만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한 의원은 “발의한 법 성격상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지난 사안을 두고 국가 배상을 인정해야 할 지를 두고 이론(異論)이 있다”며 “이미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배상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추가적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뢰 피해자에 대한 남다른 사연을 가진 한 의원의 입법 의지는 그 누구보다 굳건하다.
그는 “젊은 시절 공병대대에 근무할 때 지뢰 제거 작업에 나갔다가 병사 하나가 다리를 잃고, 소대장이 목숨을 잃었던 기억도 있다”며 “피해자들의 지금 사는 모습 보면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사람들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게 바로 복지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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