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면 이명박정부의 음모.” “문재인 의원 거짓말한 것 아니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주고받은 정상회담 대화 기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여야의 엇갈린 반응이다. ‘NLL 완벽정리’를 의도했던 여야의 기대가 ‘노무현정부의 기록물 실종사건’으로 비화될 공산이 생긴 것이다.
일단 민주당 측은 ‘못 찾았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무현정부가 대통령 기록물을 파기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고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 이명박정부로 ‘화살’을 겨냥했다. 전 원내대표는 “만일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삭제, 은폐의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이 불법복제본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설쳐댔던 배후에 (정상회담 대화록 삭제라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불리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결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원본과 대조해 조작 유무를 밝히려 했으나 이제는 비교 대상인 ‘원본’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다 민주당 측은 “대화록을 정상적으로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책임’까지 떠맡게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대상인 남북대화록을 국정원이 불법으로 공개했다는 핵심 증거가 사라질 수도 있다.
반면 급할 게 없는 새누리당 측은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을 확인하려던 이번 사안이 참여정부의 ‘기록물 폐기 의혹’이나 ‘이명박정부의 기록물 삭제 의혹’ 등 어느 쪽으로 튀건 간에 현 정부의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은 것과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짧게 답했다.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대화록을 찾지 못할 경우 문재인 의원을 포함 민주당 내 친노에 대한 공세를 벌이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대화록이 없다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문재인 의원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뜻 아니냐”라고 날을 벼렸다.
홍석희ㆍ백웅기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