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세수 부담증가 직격탄
지역 표심 눈치보기 동병상련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정작 이를 법제화할 정치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재정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일시적 감면 조치가 아닌 ‘영구적 인하’나 전반적인 세제 개편 등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취득세 인하 방안을 마련해 오는 9월 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주택 거래가격별로 9억원 이하,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12억원 초과 등으로 과표구간을 정해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다. 중앙정부의 보조금 상향조정안 등 지방세수 보전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이 문제로 혼선을 빚었지만, 청와대의 ‘교통정리’ 덕분에 부처 간에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회와의 논의는 부족했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국토교통위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세수보전 문제에 대한 대안이 없이 또다시 임시방편식 날림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시장에서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당정 간 충분한 논의가 없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 의원은 또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인하는 마약 효과에 불과하다”며 “세제, 금융의 전반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폐지나 행정규제 완화 등 돈 한푼 안 드는 쉬운 방법도 있는데 정부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상임위 박수현 의원도 “지방재정 악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박근혜정부가 세수 부족 탓에 추경예산 편성하면서 전체적 살림살이를 생각하지 않은 데 대한 대책은 취득세 인하 문제 논의의 전제조건”이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선 논의하기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미온적인 입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표심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세인 취득세를 인하하면 지방자치단체 세수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세제 전체를 손대자라든지, 다른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찾자며 논의를 피하려는 분위기다. 국토위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지방세제를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의 문제는 취득세 부문만의 개별 사안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방세수 관련 체제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위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취득세 인하안이 국회에 넘어오면 다시 지방세ㆍ국세 조정 등 세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웅기ㆍ이정아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