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이 확인됐지만, 그간 앞다퉈 입장을 내놓던 참여정부 인사들은 오히려 입을 닫고 있다. 기록관리 당사자들의 침묵은 갖가지 추측만 낳으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난이 늘고 있다.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 2007년 10월 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배석자로 참석했었다. 녹음도, 녹음파일을 기초로 한 대화록 초안도, 대통령 보고도, 최종적으로 국가기록관에 자료를 넘긴 것도 모두 그의 손으로 이뤄졌다. 이번 사안의 ‘처음과 끝’을 담당했던 핵심인사다.
그는 지난 1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이지원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무현 재단측은 조 전 비서관과 통화한 결과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 보고서를 폐기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 23일 전했다. 본인의 발언이 전혀 다른 두 기관에 의해 모순되게 옮겨지고 있지만 그의 입에서 직접 나온 언급은 지금까지 없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6월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의 작성 시점인 2008년 1월 당시 국정원장이다. 그는 국정원이 대화록을 처음 공개했을 때 “2008년 1월 생산된 대화록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으나, 해당 문서에 김 전 원장의 친필 서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내 기억이 잘못됐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그는 더이상 말이 없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3개월이 지난 뒤에야 대화록이 처음 작성된 이유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문재인 의원도 닷새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지만 그의 23일 ‘성명’에는 왜 대화록이 없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면 정계은퇴를 하겠다”던 기개도 없다.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은 ‘성명’에서 “NLL 논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사초 도난 사건을 덮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