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세제개편안 처리가 또다른 여야간 대치전선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박근혜 복지 공약 후퇴 등을 반대 이유로 달았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1주일을 넘겨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야당의 세제개편안 반대가 결국 ‘대여 협상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정된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의 동의 없이 세제개편안 처리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 정부 여당이 꺼낼 ‘추경 편성안’을 미리 단도리쳐두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도 읽힌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 김현미 의원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발표 세제개편안은 국회를 통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한발짝도 진보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안과 비슷한 비중으로 민주당 입장을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처리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크게 세가지로, ▲월급쟁이 세금폭탄 ▲재정 파탄 ▲재벌 퍼주기 등이다.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럴 경우 과세표준(세금 부과의 기준금액)이 상향되면서 사실상의 증세 효과가 빚어진다. 즉 연봉 6000만원의 경우 소득공제 기준이라면 과표 구간이 4600만원가량으로 떨어져 15%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앞으로는 과표 기준이 4600만원~8800만원으로 높아져 세율 24%를 적용받게 된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이같은 세율 인상이 결국 세금을 걷기 편한 ‘유리지갑’ 봉급쟁이들로부터 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새로운 세원 발굴이 아닌 월급쟁이에 대한 세금 부담만 늘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재정 파탄 부분도 민주당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적자재정 편성으로 나라빚이 100조원 이상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세제개편안에 재벌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혜택 감면 방안이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아 민주당의 입장이 반영이 되지 않을 경우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처음 시행되는데 정부안은 이를 완화시켜주는 방안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날을 맞춰 비판에 나선 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이 ‘단독회담’, ‘3자회담’, ‘5자회담’ 등 서로 공 넘기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야당의 장외투쟁은 이날로 8일째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제개편안 방안에 대해 ‘불가 입장’을 선언하면서 정부 여당의 양보와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다.
또 이미 상반기 세수 결손이 10조원 넘게 발생했고, 하반기 세수 역시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의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들고 나올 추경 편성 논의에 대해서도 미리 ‘부정적 메시지’를 미리 남겨두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