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 세제개편안이 기부 문화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요구로 세제개편안 수정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기부금 공제혜택이 확대될 지 주목된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등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며 공제율을 일괄적으로 15%로 정했다. 이에 최고 전액까지 특별공제가 가능했던 법정기부금이나 소득의 30%까지 공제했던 지정기부금도 이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세제개편안은 기부 유인 요인을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국가재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지원이나 소득불균형을 바로잡는 사회 환원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해왔던 기부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장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고액기부자들의 기부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정부는 지난번 소득공제 상한제도를 도입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기부금을 소득공제 항목에서 빼내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대한민국 기부문화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각종 세제혜택을 통해 기부문화를 활성화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기부천사들에 오히려 세금폭탄을 투하하려는 정부 의도가 무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기부문화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는 앞서 올해 초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때에도 나왔다. 당시 조특법에 따르면 지정기부금, 신용카드, 의료비 등 8개 항목을 소득공제 상한대상으로 묶어 총 공제액이 2500만원을 넘기지 못하도록 ‘소득공제상한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소득공제액 상한선을 설정하면서 고소득층 등 고액기부자들의 세액 부담이 늘어 기부문화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 원혜영ㆍ김영환 의원 등은 기부금을 소득공제 종합한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안은 기존 소득공제 방식의 세제 안에서의 수정을 뜻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의미가 퇴색된다.
이에 최 의원은 “(세제 관련) 재검토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기부금에 대한 공제를 반드시 확대해 기부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여당도 기부금 소득공제 축소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수정을 시사한 바도 있어 공제율 인상이 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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