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숍’이 즐비하던 가로수길이 최근 들어 대기업 간판으로 뒤덮였다. 거대 자본의 힘으로 가로수길 부동산 시세도 덩달아 천정부지다.
가로수길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건물주에 직접 연락하고, 건물주도 큰 회사가 직접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며 “대기업은 자리만 좋으면 금액을 크게 논하지 않고 주인이 부르는 값대로 바로 사버린다”고 전했다.
가로수길이 대기업 각축장이 되면서 수요는 공급을 초과한 지 오래다. 상권분석 전문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자료를 보면 8월 현재 가로수길 1층 전면상가 66㎡(20평) 기준 월임대료는 1400만~4700만원 수준으로 2009년 310만~590만원에서 무려 8배나 폭등했다.
2009년 대비 월임대료 인상률은 230%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인상률 13.8%의 20배 가깝다.
이 같은 오름세는 서울의 다른 내로라하는 상권도 압도한다. 홍대가 47.1%, 강남역이 20.9%, 명동이 15.5%이니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보증금도 크게 올라 2009년 8000만~2억5000만원이던 것이 현재 3억~11억원 수준이 시세다.
B공인 관계자는 “대기업은 수익률과 무관하게 경쟁업체를 의식해 무리해서라도 자리를 잡으려 한다”며 “3년 전만 해도 1300만~1500만원 월세가 갑자기 6000만원으로 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젠 가로수길도 꽉 차다 보니, 사촌 격인 세로수길 시세도 들썩이고 있다. 2009년 비싸야 250만원 가량이던 월임대료가 최근에는 최고 540만원까지 치솟았다. 보증금도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권리금 추이는 거꾸로다. 한때 33㎡(10평) 남짓한 점포도 권리금이 수억원을 호가했지만, 최근엔 금액이 내리거나 아예 권리금이 사라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개인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운영할 때야 권리금이 형성되지만 지난해부터 SPA 브랜드, 화장품, 커피전문점 등 대형 법인들이 가로수길 상점을 통째로 사들이면서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백웅기 기자ㆍ박영서 인턴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