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민생’을 논의 하자는 청와대와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사상누각’이라는 민주당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9월 정기 국회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일정기간 파행은 이미 ‘확정’이고, 이제는 9월 국회를 ‘통’으로 잡아먹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기국회에는 지난해 정부 결산과, 내년 예산안 심의, 국정감사,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등의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새누리당은 결산을 위한 상임위를 이틀 연속 소집했지만, 민주당은 정기국회 파행을 위한 ‘꼼수’라며 응하지 않았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무시 야당무시는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소통도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정치실종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민생 논의’를 위한 ‘5자 회동’ 제안을 다시 꺼내든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의 발언이다.
민주당은 전날 청와대로부터 ‘회동 제안’이 올 경우 검토해보겠다며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27일 오전까지 청와대 측의 접촉시도는 없었다.
노웅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로부터 회동 제안은 오지 않았다”며 “결국 5자회동 재 제안은 만나자는 뜻이 아니라 여론 압박 회피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여론이 청와대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위기로 흐르자 받지 않을 것이 뻔한 제안을 형식적으로 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도 지지 않았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민생이 잘 안 풀려야 박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딴지 부리거나 몽니부리겠다는 속내를 가진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박 대통령이 언제든 만날수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거부의사를 말했다”면서 “민주당은 공정한 선거를 부정선거 운운하며 국정원개혁을 말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민간인 사찰 때는 무엇하고 있었느냐”고 따졌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8월 결산국회, 9월 정기국회를 민주당 장외투쟁에 헌납할 형편”이라며 “이는 결산심사의 지연, 국정감사의 지연, 새예산안 심사의 지연 등 도미노 파행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들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치 난맥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8일 국내 민간 1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난다. ‘민생’ 해결 최우선 순위가 ‘일자리’인만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오는 9월 4일부터는 러시아와 베트남을 연쇄 방문하는 순방외교에 나선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을 정쟁으로 규정하고, 소모적인 정치 논란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