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중국 ‘대장정(大長征)’의 슬로건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로 궁지에 몰린 통합진보당에서 되살아났다. “국가정보원의 탄압이 거셀수록 투쟁의 결과는 더 찬란하게 빛날 것”이란 주장도 당 내에서 나온다. 이석기 구하기에 당의 총력을 기울이는 ‘석기산성’ 쌓기도 시작됐다.
이와 관련, 여야 정치권에서는 “일반 국민의 상식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집단"이라면서 ”이 의원의 혐의가 입증되면 통진당의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정치인은 또 “이 의원이 조직한 RO와 통진당이 한묶음인지, 아닌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4일 통진당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를 집결지로 지정하고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2600명이 배치된 경찰을 뚫고 체포동의안을 물리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각오다. 오는 8일로 예정돼 있던 중앙위원회 소집은 연기했다. 현재의 상황을 ‘당 최대 위기’라 규정하고, 당 전체가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통진당은 또 이날 당원 3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자회견과 국정원의 정치 공작 음모에 맞서기 위한 특별당비 10억원 모금도 시작했다. 특별당비는 국정원의 음모를 알리기 위한 거리 선전전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기 의원의 ‘총기탈취’, ‘유류고 습격’ 등 발언이 세간으로부터 비판받자 ‘진실을 알리겠다’고 세운 대책이다.
‘이석기 사태’의 분수령이 될 체포동의안 처리 하루전, 이미 통진당 당원 게시판에는 국정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줄이 도배를 했다.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쓸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자유게시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당원게시판에는 ‘조봉암 이후 최고의 진보당 탄압사태’, ‘그런다고 우리가 죽을 것 같냐’, ‘총력을 다해 투쟁하자’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번 사태에 이 의원과 이정희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밑에는 ‘가스통 할배들에게나 가라’, ‘당원은 맞냐’는 현실과 동떨어진 비아냥이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대선 직후 작성된 ‘고난이 시작될 것’이라는 글에는 ‘그 대장정이 끝나는 날, 우리는 승리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함께 부르리라’는 글도 눈에 띈다.
반면 비당원도 글을 쓸 수 있는 통진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정희 단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라’는 등의 비난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당 내부와 당 바깥의 전혀다른 목소리가 통진당 홈페이지 내부에서조차 격돌하는 형국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난해의 분당사태로 통진당은 더 순도높은 ‘종북’인사들로 구성되게 됐다”며 “모든 사안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한 이상 당 전체가 ‘이석기 구하기’에 총동원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