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RO(혁명조직)’가 혁명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5월 12일 모임에는 한명이 갓난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무시무시한 지하조직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말했다.‘갓난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지하조직이 아니다’라는 설명인 셈이다.
이 대표는 또 “남부권역으로 분류된 한 개 분반에서 ‘총기탈취나 시설파괴’, ‘총기 제작’ 등의 발언이 나온 것은 맞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발표자가 마치 진담인 것처럼 발표했다”며 “실제 이뤄진 대화 내용을 모으면 무슨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불리한 것은 ‘농담’이었으니, 확인하기 어려운 ‘전체 내용’을 보자는 주장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가 예상되는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이 대표는 “한 두명의 말을 근거로 내란모의니 내란선동이니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단 한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라며 “한 두 사람의 책임을 이석기 의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정치적 경쟁자를 한마디 말로 역모로 몰아 삼대를 멸하는 TV사극의 익숙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정치권과 국정원의 압박에 대해선 ‘낡은 정치의 불합리함’이라 규정했고, 이 의원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매카시즘’이라 정의 내렸다. 그러면서 “당과 당원들의 모든 활동이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저희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꿔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 등의 단어는 이날 이 대표의 연설문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편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월 회합에서 “총기 운운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국가정보원의 ‘녹취록’에 의해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당시 회합에서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 매뉴얼”까지 언급했다. 또 이 의원은 “강연만 했다”고 말했지만 ‘녹취록’은 이 의원이 강연 후에도 회합 자리를 뜨지 않고 분반 토론에 참여했던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통진당 사태’와 관련 당내에서 본인의 제명안이 부결되자 “제명 부결은 믿음과 양심의 승리”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황당 궤변’으로 입길에 오르내렸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