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양박(兩朴)’ 간 정치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새누리당의 직무유기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TV 공개토론 제안에 대해 “끝장토론이라도 하겠다”면서 “(공개토론을)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하겠다. 이런 상황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여야 정책위의장과 박 시장,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또 “무상보육은 박 대통령께서 공약을 했던 것으로, 0~5세까지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게 국민행복시대 핵심공약이었다”며 “그래서 당연히 그걸 기대하고 예산을 짰던 것”이라고 밝혔다.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 결정 이전까지 ‘추경예산 편성은 없다’고 맞섰던 배경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무상보육 관련 예산을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8대2 비율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에는 이 비율을 6대4로 바꾸는 여야 합의 법안이 마련됐지만, 정부 반대로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은 애초에 서울시가 정부 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 무상보육 예산을 고의로 부족하게 편성했다며 박 시장을 공격했다. 또 재정이 취약한 자치구에 중앙정부가 추가지원을 해 실제 비율은 6대4라고 주장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서울시는 자신들 잘못으로 온 국민이 합의한 무상보육 추진에 차질을 빚어놓고도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 중앙정부가 동의해 만들어진 정책인 만큼 예산 부담도 정부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박 시장의 갈등은 겉으로는 무상보육을 둘러싼 ‘돈 문제’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신경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재선 도전의지를 밝힌 박 시장은 새누리당이 자신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본격적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