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나치만행 사과’ 빗대 역풍 자초
孫, 통합 리더십 강조 정치권에 일침
박근혜 대통령과 절친으로 알려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요즘 야당의 화두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잘못된 역사를 반성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지도자로, 야당은 박 대통령의 ‘소통부족’을 비판하기 위해 메르켈 총리를 각각 인용했기 때문이다.
9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나치 만행에 거듭 사죄하는 이유는 그가 독일의 국가수반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직접 책임질 일이 없으니 사과할 것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당시 책임은 없더라도 박 대통령이 현재 국정 책임자격으로 사과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내준 것이다. 엉킨 정국을 풀어나갈 단초를 마련해보자는 우회 화법인 셈이다.
그런데 파장은 전혀 엉뚱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과 무관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나치 만행과 비교하는 것은 비약이 지나치다”며 “김 대표가 오랜 노숙 생활로 판단이 흐려진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 대표는 ‘호의(好意)’였을지 몰라도, 새누리당은 이를 ‘호의(弧疑)’를 갖고 풀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인들에게 보낸 e-메일에도 메르켈 총리가 등장했다.
e-메일에서 손 고문은 최근 독일 총선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히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메르켈 리더십의 핵심은 통합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그러면서 “독일의 선거과정을 보면서 다양성과 통합의 기초 위에 민주주의의 기본을 튼튼하게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며 대치 정국으로 치닫는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곧 귀국하는 손 고문이 펼칠 정치가 ‘통합’임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와 만나 “지난달 총리께서 (나치 강제수용소인) 다하우 기념관에서 연설한 것을 우리 국민도 감명깊게 들었다”면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세 없이 자꾸 상처를 건드려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성찰을 촉구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