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여야 대변인들의 말싸움이 낯뜨겁다. 정당의 입장을 국민에 알리자는 건지, 말장난 하자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딱 우리 정치 수준이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김태흠 대변인은 전날 ‘박근혜 정부를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대해 “문재인 의원은 문제가 많은 의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현 정국에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책임있는 모습인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으로 문 의원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문제’라는 단어를 반복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변인의 도(道)를 말씀드린다”며 “이름 갖고 말장난 하는 거야 말로 대변인들이 하는 말중 최하수”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다시 ‘최하수’를 택했다. 박 대변인은 “그렇게 얘기하면 황우여 대표는 국민에게 황당한 우려를 주는 의원이고, 김태흠 의원은 흠이 엄청나게 큰 의원인가”라고 했다.
뒤이어 박 대변인은 “나름 이 업계에서 선배로서 드리는 말씀이니까 잘 충고 새기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1998년 국민승리 21 대변인실 언론부장, 2004~2007년 민주노동당 대변인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한 경력을 내세운 것이다. 초선인 김태흠 의원의 ‘마이크 끈’이 짧은 점을 비꼰 셈이다.
이러자 이번엔 임명된 지 갓 100일 된 새누리당 강은희 대변인이 “어떻게 하면 사안마다 뒤틀고 꼬아서 비아냥거릴 수 있는지 장수 대변인께 한수 배우고 싶다”고 발끈했다. 이쯤되면 ‘대변인 놀이’다.
하긴 최고위원회나 원내지도부도 언론에 공개되는 회의를 의식해 좀 더 자극적인 표현을 찾는 데 골몰한다고 한다. ‘종북의 숙주(宿主)’, ‘정치멸종’ 같은 명언이 그 결과다. 말로하는 게 정치라고 하지만, 말장난이 정치가 되면, 정치도 장난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추락한 정치의 수준은 장난이 아니다. 국민들의 걱정도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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