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생생뉴스]교학사 ‘고교 한국사’ 주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53)가 교과서 역사왜곡·오류 논란에 이어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강연 도중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했다”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 됐다. 발언 근거를 밝히지 못할 경우 자칫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재단이 ‘직접 대응’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면서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강연 도중 “노 전 대통령 자살은 대검 중수부가 거액의 차명계좌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이 교수는 지난 11일 여당 모임인 ‘새누리당 근현대사 역사교실’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씨가 저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좌파의) 역사인식이 있고 그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대한민국 설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교수가 인용한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정확한 출처다. 그간 보수 진영 내에서 기정사실화해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실제 발언 시기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상 출처불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노무현재단은 즉각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그런 발언을 했는가”라며 발언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12일에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사과가 없다면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노무현재단 안영배 사무처장은 “(이 교수 발언은)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처장은 “익명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도 아니고 역사를 가르치는 대학교수이자 교과서 저자의 발언”이라며 “공식적으로 발언 근거를 밝히라는 내용증명을 조만간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한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겠지만 2006년쯤으로 안다. 대통령 되고 나서 한 발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역사교실 강연에서 이탈리아 좌파 학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론을 인용해 “좌파가 ‘범문화계 진지 구축’을 완료하고 후속 세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월간조선 1998년 12월호 ‘편집장의 편지’에 실은 조갑제 당시 편집장의 ‘안토니오 그람시란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글과 흡사한 논리였다. 당시 월간조선에는 “(좌파가) 대한민국이 존재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어야 했다는 역사관을 확산시키고…”라고 돼 있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도 “현대사 관련 책을 보면 분단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부로 매도된다”(2005년 동아일보 인터뷰)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이 발언을 했다는 보도나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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