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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외교관 출신 박준우 정무수석, 의전에 실패한 이유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간 3자회담을앞두고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오시라”며 드레스코드를 코치한 것이 비판을 받으면서 의전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 저것 형식만 만들어서 시행하면 좋은 의전이 되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의전(protocol)’은 그리스어로 ‘맨 처음’을 의미하는 ‘프로토(proto)’와 ‘붙이다’라는 의미의 ‘콜렌(kollen)’의 합성어 ‘프로토콜렌(protokollen)’에서 비롯됐습니다. 처음에는 공증 문서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맨 앞 장에 붙이는 용지를 의미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외교 관계를 담당하는 정부 문서’ 또는 ‘외교 문서의 양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국가 간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의미가 진화했습니다.

외교부는 의전 업무를 대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세로 ▷존중(Respect)▷상대 문화의 존중(Reflecting Culture) ▷상호주의(Reciprocity) ▷서열(Rank) ▷오른쪽 우선(Right) 등 5R을 꼽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해 회담장소인 사랑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3자 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그리고 비서실장들이 각각 배석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30916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존중입니다. 의전이라 하면 딱딱한 형식을 생각하지만 격식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존중과 배려’의 마음가짐으로 유연함을 견지해야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잘 배려한 의전의 좋은 예는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오찬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잔에는 샴페인 대신에 사과 주스가, 레드 와인 대신 포도 주스가 따라졌습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습니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1993년 7월 방한 당시 외교부가 클린턴 대통령의 애창곡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사전에 파악해 운동 시간에 틀어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부시 전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의 2006년 4월 미국 방문 때 백악관 환영식장에서 중국의 국가 명칭을‘People‘s Republic of China’가 아닌 ’Republic of China‘로 불러 외교적 망신을 톡톡히 당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외교적 결례에 대해 중국측에 해명하느라 상당한 곤란을 겪었습니다.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한 의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외교관 출신인 박 정무수석이 야당 대표의 옷차림 까지 신경써서 조언한 것은 양국 정상이 악수하는 각도까지 하나하나 챙기던 ‘직업병’이 도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만나기로한 상대가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 대표라는 점, 이번 회담이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로 경색될대로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는 것을 감안했다면 허심탄회한 만남을 위해 딱딱한 격식은 생략하는 ‘존중’과 ‘배려‘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why37@heraldcorp.com



<사진>김한길 대표의 드레스코드를 두고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던, 3자 회동은 결국 파국으로 끝났다. 청와대는 의전상 정장에 넥타이차림으로 오시라고 코치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복장까지 주문하느냐고 반발했던 것. 결국 의전은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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