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모두에 20만원 지급하겠다” 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이 흔들리면서 정가의 ‘뜨거운 감사’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공약 파기가 습관’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새누리당은 ‘경제가 어려운 탓이니 국회로 빨리 들어오라’며 지지 않는 모습이다. ‘실세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임여부도 개각설과 맞물려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약수정의 불가피성에 집중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재정 형편도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적으로 공약을 지키는 것도 어려운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도 “선거할 때 약속했는데 막상 하려다보니 (여건이) 어렵다면, 약속을 못지킨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초연금 수정안을 마련한 안종범 의원도 “향후 재정 부담을 생각하면 소득 상위 30%는 제외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낫다”고 강조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금 여러 가지 세수가 12조 이상 줄어들어 경제가 굉장히 나쁜 게 원인”이라며 “경제를 앞으로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빨리 (국회에) 들어와서 경제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역공까지 펼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드디어 때가 됐다’며 잔뜩 독을 품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공약을 파기 하고 있는데, 공약 파기가 습관인가”라며 “박 대통령의 신뢰의 정치, 원칙의 정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의 대폭 후퇴등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다만 ‘이미지’ 덕분이라 주장해온 민주당으로선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는 증세논란 이후 박 대통령의 ‘신뢰 이미지’를 훼손 시킬 수 있을 가장 휘발성이 높은 사안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을 구호로 사용했고, 지난 7월 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자질·이미지 가운데 가장 좋은 점’으로 응답자의 45.9%가 ‘신뢰성’을 꼽기도 했다.

대선 당시 기초연금 공약은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이었다. 당시 민주당이 “공약이 현실성이 없다”고 공격했지만, 박 대통령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26일 정부안이 발표되는 시점에 맞춰, 공식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홍석희ㆍ조민선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