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서울시청 앞 민주당 천막당사를 지키던 야전침대가 국회로 옮겨졌다. 민주당이 원내에서도 ‘투쟁’을 강화하겠다며 지난 24일 ‘24시간 비상본부’를 꾸리면서 국회 상주를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정기국회 기간 사용할 침낭ㆍ담요가 각 의원실에 전달됐고,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9월 정기국회 의정활동을 위한 밤샘공부를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 모두는 앞으로 매일 열리는 상임위별 국감 대비 회의와 주제별 공부모임, 원내 심야 점검회의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정기국회 기간 지역구 활동에도 사실상 금지령이 떨어졌다. 의원 활동을 체계적으로 이끌겠다며 운영본부와 종합상황실, 정책대응실, 언론홍보실 등도 새로 만들었다.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 시절 원내활동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경험을 되살린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야당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에서 숙식하며 투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자 새누리당도 서둘러 맞불을 놨다. 조만간 ‘정기국회 상황실’을 차려 원내부대표를 당번제로 상주시키고, 상임위별 배치된 수석 전문위원들로부터 매일 쟁점 현안 처리 과정을 보고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단한 결의인 듯 싶지만, 정작 의원들의 속내는 그리 달갑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현실적으로 24시간 국회에 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한달여 천막 노숙투쟁을 지원했던 보좌진들도 불만이 가득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야당이 전에 없이 전투적으로 나오고 있어 대응전략을 세우는 차원”이라며 상황실 설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기국회의 법정 기한은 90일이고,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9월 한 달을 허송했으니, 예ㆍ결산 심사, 국정감사, 법안처리 등을 다 해내려면 연말까지 약 100일간 국회는 계속 열어둬야 한다. 곰처럼 100일을 버텨 ‘사람’이될 지, 아니면 호들갑을 떨며 중간에 뛰쳐나간 호랑이가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