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4년 예산안을 공식 발표했지만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빈손’으로 장외투쟁을 접은 민주당이 ‘예산 전면전’을 선포한 마당에 예산안 관련 ‘중산층 털기’ 논란도 확산되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예산안 가운데 가장 민감한 사안은 ‘기초노령연금’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정부안은 2014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65세 이상)에게만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혜택이 줄어드는 데 심각성이 있다. 결국 오랜 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월급쟁이와 차상위 계층, 즉 중산층 봉급생활자만 상대적으로 연금을 덜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무상보육 지원비율 인하’ 역시 휘발성 높은 화약고다. 정부 예산안은 정부의 무상보육 국고기준보조율을 기존보다 10%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했던 20% 인상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대신 정부가 손질할 수 있는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을 통해 국고기준보조율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공약파기·거짓말정권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은 거짓이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 주장했다.
물론 새누리당은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정부안을 엄호하는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녹록지 않은 재정상황과 연금 지급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일 뿐 공약 파기라고 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또 재정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상보육에 따른 정부 지원비율이 줄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밖에 ‘반값등록금’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국가장학금은 지난해 2조8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4000억원 증액됐다. 반값 등록금 공약 실현에 필요한 최소 예산이 연간 7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스스로 목표 수준을 낮춘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예산 전면전’으로 ‘국정원 개혁특위’와 ‘부자증세’를 얻어내겠다는 목표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비과세감면혜택을 줄이고 음성탈루소득도 체크해 과세해야 한다. 이런 노력도 없이 ‘공약 못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홍석희ㆍ조민선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