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귀국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0월 선거에선 ‘불출마’ 기류가 강하게 읽히지만, 자타공인 민주당 내 유력 차기 대선후보의 귀환인만큼 당 내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가교론’, ‘계파 조정자론’, ‘대선 행보론’ 등 손 고문의 귀국엔 다양한 해석들도 따라 붙는다.
최우선 관심사는 경기 화성갑 출마 여부다. 손 고문은 입국장에서 10월 출마 여부를 묻자 “당과 민주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몸을 사리지 않고 던져왔지만, 지금이 그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손학규계 좌장격인 신학용 의원은 3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10월 재보선 출마는 거의 안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고, 4년후(대통령 선거)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고 해석했다.
손측 의원들 다수는 손 고문에게 ‘불출마’에 무게를 싣고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성갑의 새누리당 지지세가 워낙 견고하고, 새누리당 유력 후보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거론되는 것도 부담이다. 어렵게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출마해도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읽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굳이 무리하지 말자’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손 고문의 화성갑 출마에 부정적이다. 10.30 재보궐선거 공천심사위원장인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손 고문의 전략공천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화성갑에 출마할 지역위원장이 정해져 있고, 서 전 대표와 손 고문이 맞붙을 경우 10월 선거의 판을 키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 10월 선거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고문측은 일단 내년 7월 재보궐 선거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당 중심이 흔들리고, 이어지는 7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원내에 복귀하며 2017년 대선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반면 여전히 손 고문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당 내엔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원내로 들어와 국가정보원 사태, 기초연금 논란, 채동욱 사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무게중심으로 역할해달라는 요구다. 또 현재는 잠복 상태인 ‘계파 갈등’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세제개편안, 기초연금 등을 둘러싸고 공약후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심판자로 손 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의원 사이엔 아무래도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두 세력 관계를 부드럽게 이끄는 역할자에 손 고문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에선 손 고문이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사이 가교 역할을 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표 분열을 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고문과 안 의원은 한 때 ‘창당설’이 일만큼 가까웠다. 손 고문은 야권의 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