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원하는 국감 질문은…
국회는 분명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표들로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종종 국회로부터의 소외감을 호소한다. 입법이나 정책들이 내 관심과 상관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 더욱 그렇다. 특히 국정감사에 있어선 국회와 정부만의 게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이러한 인식을 깨뜨리고자 애를 쓰고 있다. 정국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야 간 정쟁이 심각한 터라 국민 불만도 팽배한 상황.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건 역시 국회가 다시 국민 눈높이로 돌아서는 길밖에 없다. 이번 국감을 그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먼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놨다. 앞서 지난 8월 ‘응답하라 2013’이란 구호를 내세워 ‘국민과 함께하는 국정감사’ 공모전을 실시했다. 정부정책과 피감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공모하면 이 가운데 좋은 의견을 선정해 국감 질의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새누리당 정책국 관계자는 “전례가 없던 만큼 한 달가량의 질의내용 접수기간에 신청자가 너무 많이 몰려 심사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 공모 수상작 발표가 3주간이나 미뤄질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증거다.
그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고속도로 사고방지 방안’이 뽑혔다. 그간 고속도로에서의 과속방지, 졸음운전 방지 등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캠페인도 있었지만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동네마다 약값이 다른 이유를 묻는 질문도 있었는가 하면, 지자체가 재활용 쓰레기 처리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과다 지출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의견도 있었다. 소방공무원 초과수당 미지급 문제와 한국사 수입일수 확충,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성과에 대한 의견도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정책국 관계자는 “당의 국감 전략상 내용을 전부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국감이 시작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공모 질의사항임을 밝히고 의원들이 대신 질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선 민주당은 ‘대국민 공모’와 같은 큼직한 프로젝트는 없지만 김한길 당대표를 중심으로 당직자 상당수가 민주민생살리기 전국 투어에 나섰다. 원내 의정활동과 병행해 추진 중인 원외투쟁 속에서 피부로 와닿는 민심을 국감장에 고스란히 전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갑의 횡포를 일삼고 있는 불공정 기업들을 국정감사장으로 불러내 그들이 어떤 횡포를 벌여왔는지 국민의 이름으로 따져 물을 것”이라며 “불공정거래와 부당한 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을’들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선정해 이들이 어떤 고통을 당해왔는지 절절한 이야기도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