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들이 퇴임 직후 줄줄이 업무 연관성이 높은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사 전관예우’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임 관료가 재취업을 할 경우 ‘신고’ 의무만 있을 뿐 취업 제한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제도의 헛점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14일 조세심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합동회의 상정 사건 소송대리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조세심판원을 퇴직한 상임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퇴임 하던 해에 ‘김&장’, ‘율촌’ 등 대형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퇴임한 상임심판관 2명은 기획재정부로 자리를 옮겼다.
조세심판원장을 지낸 허종구 세무사와 상임심판관 출신 백종한 세무사는 개인사무실을 열었고, 이당영 심판관은 산은캐피탈의 상근감사위원으로 근무중이다. 상임심판관들이 대형 법무법인에 취업할 수 있는 것은 법망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취직을 할 당시(2013년 6월 이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은 취업제한 대상기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상임심판관들은 조세심판원의 ‘합동회의’에 상정된 사안을 처리하는데, 합동회의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100억원이상 사건도 적지 않다. 100억원이상 사건의 경우 2012년 8건, 2011년 5건, 2010년 5건 등이고, 올해는 8월까지 모두 9건의 사건이 합동회의에 회부됐다. 이들 사건이 합동회의에서 ‘인용’될 경우 국고로 귀속될 세금은 납부자에게 다시 돌려주게 된다. 퇴직한 상임심판관들이 취직한 대형 법무법인 등은 의뢰인으로부터 관련 사안을 수임받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들과 논리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김 의원실은 합동회의에 상정된 사건 202건 가운데 ‘인용’ 결정된 사건은 136건이었고, 이 가운데 37건이 상임심판관 츨신이 포함된 5개법인이 수임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세 행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들이 퇴임직후 대형 법무법인에 취업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로서의 바람직한 처신이 아니다”며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규정이 현실성과 실효성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더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행법상 전직 판사 또는 검사의 경우 ‘개업지(地) 제한조치’로 전관예우 가능성을 낮추고 있지만, 회계사나 세무사 등은 이같은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