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국회담당자 검은양복 입고 안절부절
오늘 정무위 국감 23명 기업인 증인 채택
국정감사 이틀째인 15일 ‘기업 감사’를 방불케할 만큼 많은 기업인들이 국회 증언대에 섰다. 이날 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위원회를 상대로 열리는 정무위원회 국감장엔 모두 23명의 기업인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날 국감장에선 사장님을 모신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진땀’이 국감장 안팎 공기에 잔뜩 묻어났다. 평소엔 쉽게 뵐 수 없는 ‘하늘’같은 사장님과 대표들을 코앞에서 의전하면서 평소 익숙했던 장소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말로 풀어 설명하는 역할도 대관 담당 업무자가 맡은 임무다. 국회 본청 뒤편 안내실 앞에는 평소 보기 힘든 외제차들도 많다. 국회의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검은색 국산차를 타지만, 사장님들은 다르다.
‘사장님’들을 알아보는 방법은 비교적 쉽다. 국회 안내실에서 발급한 ‘방문’ 표시가 된 표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측이 ‘사장님 측’이고, 이들을 한 걸음 반 뒤에서 뒤쫓는 인사들이 대관업무 담당자들이다.
정무위에서는 최근 대리점주 폭언 논란에 휩싸인 아모레퍼시픽의 손영철 사장을 비롯해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김충호 현대자동차 대표,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배중호 국순당 대표, 조준호 LG그룹 사장,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 박기홍 포스코 사장 등 굵직한 증인들을 호출했다.
대다수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업체와의 불공정거래 행위 등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돼 줄줄이 국감장에 불려나온 상황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브리타 제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와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 등 수입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국감장에 총출동한다. 수입차 업계 CEO가 국회 국감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 공정위는 BMW와 메르데스-벤츠 등 수입차 업체들에 대해 업체 간 부품가격 담합 등을 조사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서울 북부지검이 수입차의 주요 딜러사들을 압수수색해 수리비 과다 계상 등의 혐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무위는 이번 국감에서 그동안 논란이 된 판매가격 폭리와 수리비 거품 의혹, 수입사와 판매ㆍ서비스를 담당하는 딜러사 간 갑을관계에 따른 불공정거래 의혹 등을 집중 거론한다는 계획이다.
혼합판매 관련 계약의 불공정성 관련 건으로 장석수 SK에너지 상무와 장지학 현대오일뱅크 상무도 국감장에 서게 될 예정이다.
다만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몇 명이 출석할 지 아직 ‘미지수’지만, 전날까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증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혹시 출석하지 않은 기업인이 있으면 2주 후 종합감사 때 다시 부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