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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정치부 홍석희> ‘벽안(碧眼)’에 비친 국회의원들

“독일의 경우 정해진 시각에 증인이 출석하고, 신문이 끝나는 시각도 미리 알려준다.”

15일 ‘기업 국감’이라 불릴 만큼 많은 기업 증인이 출석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감에서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 대표는 3시간 가까이를 증인석에 앉아 기다리게 되자 이렇게 말했다. 공식 발언은 아니다. 휴식시간에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 국회를 십분(totally) 존중한다”고 보탰다. 벤츠코리아는 현재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위 남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민병두 의원(민주당)은 이날 제에거 대표 등 모두 4개 수입차회사의 대표를 ‘줄소환’했다. 민주당의 전략홍보본부장이자 야당 내에서도 ‘입김’이 센 민 의원을 막을 위원은 없었다. 그러나 “비싼 수입차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민 의원의 의욕은 이날 국감장에서 무너졌다.

민 의원은 수입차업체가 계열 금융사를 통해 비싸게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대표들에게 따져물었다. 그러나 제에거 씨는 MB코리아의 대표다. MB파이낸셜 대표가 아니다. 그는 “판매와 금융은 완벽히 분리(completely seperate)돼 있다”고 했다.

화교 출신으로 한국말이 서툰 임준성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아예 “저희는 부동산 임대업회사다. 자동차와 관계가 없다”고 했다. “증인을 잘못 불렀다”는 기자들 관전평도 이때 나왔다. 두 외국인에게 통역이 이뤄지는 사이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발 빠르게 “BMW 차를 살 때 고객은 직접 금융사를 고른다”며 방어에 나섰다. 엉뚱한 증인에, 통역에, 주어진 제한시간 15분은 어수선하게 지나갔다.

이날 정무위 오후 국감장은 양복 상의를 입고 있기 어려울 만큼 더웠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바깥 날씨와는 달리 의원들, 보좌진, 기자들에 보태 40여명가량이나 되는 기업 증인 등 100여명이 회의장을 빼곡히 앉아 실내 온도를 높인 탓이다. “정작 힘든 건 더위”라는 농담도 나왔다. ‘헛다리 국감’이고, 나라 망신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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