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업체 중개상 활용 요청땐 허용
업무지침 허점…개입비율 80%로 급증
지급수수료도 비공개 혈세유출 깜깜이
방위사업청의 허술한 업무 지침으로 인해 무기 로비스트 개입 비중이 3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로비스트에 대한 수수료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도 못하는 실정이다.
17일 국회 국방위 소속 김재윤 의원(민주당)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기 전체 상업구매 가운데 직거래액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중개업자 개입 비중이 3년 만에 6배 이상 늘었다.
방사청은 앞서 지난 2010년 4월 국제 계약의 예산 낭비와 비효율적 다단계 거래구조 개선 차원에서 ‘무역중개업자 활용에 대한 업무 지침’을 제정했다. 200만달러 이상의 지명 경쟁 입찰, 혹은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구매 사업은 국외 업체와 직접 거래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시에 ‘직접 거래 대상 사업 중에서 2개 이상의 업체가 공동 참여하는 단일 사업 등을 이유로 국외 업체가 무역중개업자의 활용을 서면으로 요청한 경우’ 무역중개상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면서 이 지침이 유명무실해졌다. 2개 이상의 국외 업체 참여 사업의 경우 이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기 로비스트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0년 전체 상업구매액 6609억원 가운데 840억원어치를 무기중개업자를 통해 구매해 13% 수준에 머물렀던 무기중개상 개입 비율이 지난해엔 80% 수준으로 부쩍 늘었다. 총 1648억원의 구매액 가운데 1311억원가량의 무기를 중개상을 통해 산 것이다. 같은 시기 200만달러 이상 직거래 대상 사업 총 13개 중 9개 사업을 무역중개상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사청은 또 직거래 원칙 적용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놓고 실제로는 전혀 추진하지 않았으면서도 2012년 1월 국정과제를 ‘이행 완료’한 것으로 내부 종결, 감사원의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더욱이 방사청은 무기중개상에 지급된 수수료를 로비스트들의 경영ㆍ영업상 비밀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며 철저히 비밀로 다뤄 국민 혈세가 무기중개업자들에게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2006년 이후 현재까지 로비스트를 활용한 무기 체계 구매대금이 총 3조2678억원으로, 수수료율이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국내 중개상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1633억원 상당액이 수수료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업무 지침상 예외 규정으로 방사청이 사실상 무역중개업자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 셈”이라며 “무기중개업자를 통해 구매하는 사업에 대해 보다 한정되고 투명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