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백웅기>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았던 현재현 회장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지킬과 하이드’를 연상케 했다. 국감장에 들어서기 전만 해도 수행원에 둘러싸여 어깨를 펴고 당당히 복도를 걷던 현 회장은 증인석에 앉으면서 자세가 돌변했다. 일부러 구부정하게 서서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은 채 어눌하게 답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불쌍하게’ 보일 정도였다. 고개를 떨군 채 질의하는 의원과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우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에게 결국 큰 피해를 입히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엎드려 사죄한다”고도 했다.

진심이었을까.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불완전판매한 것 아니냐는 추궁에는 “일선 현장에서의 구체적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피했다. 회사채ㆍCP를 잔뜩 발행해놓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대해서는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회사채ㆍCP 발행규모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고, 사용처에 대해서도 확인해봐야겠다고 둘러댔다. 피해자를 위해 사재라도 내놓으라는 질문에는 얼핏 수긍하는 듯했지만, 끝내 즉답은 피했다. 현 회장의 주식은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어 더이상 ‘사재’라 할 수 없지만, 부동산과 현금 등 다른 재산은 남아있을 수도 있다.

현 회장은 수차례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동행한 정승국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사장 등은 끝까지 당당했고, 심지어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이러자 민주당 정무위 간사 김영주 의원은 현 회장에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며, 형식적으로 국감만 피하고 보자는 것이지 해결하려는 모습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도 증인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kgu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