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이냐, ‘선거부정’이냐를 사이에 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정국이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대선 결과’에 방점을 찍은 새누리당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민주당을 비난하고, ‘대선 과정’에 무게중심을 싣는 민주당은 부정한 선거과정이 드러났으니 선거 결과도 의심 받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4일 최고위 회의에서 “대선에 문제가 있으면 30일 이내에 제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사과. 불신의 독버섯”이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황 대표의 발언은 ‘결과 중심적’ 시각이란 해석이다. 대선은 끝났고, 공소시효도 지났으며, ‘댓글 몇개’가 100만표 이상의 표차를 낼 수 있느냐는 주장이 새누리당 측의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겠느냐”는 발언이나, 최경환 원내대표의 “대선에 불복하겠다는 것이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50만표 차였던 대선도 우리는 승복했다”는 주장은 당초 예측보다 큰 ‘큰 표차’의 선거결과였다는 객관적 사실이 발언 배경이다.
‘불복’이란 단어 역시 새누리당 입장을 적확히 대변하는 단어다. ‘결과에 승복’ 하는 것에 대해 자주 ‘미덕’이라 배웠던 문화적 환경 탓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선불복’이란 단어로 제목을 뽑는 언론 역시 부지불식간에 특정 정당측 입장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대선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논의의 큰 틀이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그리고 국군 사이버사령부까지 개입해 ‘문재인 주군은 김정은’이라는 식의 댓글을 단 것은 대선이 심각하게 불공정한 상태에서 치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오래된 ‘기울어진 운동장론’과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민주당은 대선의 공정성 문제가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라고 한다면 현재 진행형인 ‘윤석열 파동’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의원이 전날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주장과 함께 “검찰 수사에 가해지는 부당한 외압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꺼내든 것은 박 대통령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가 부정했으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의심이 이는 것은 당연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던 팀장급 검사가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공식석상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 마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특별검사제’ 도입도 검토중이다.
정리하면 현재의 상황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새누리당의 해석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부닥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재판 과정, 최종적인 대법원 선고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아직은 재판 진행중인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1차적인 결과인 검찰의 수사결과가 있으니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도 ‘공정성은 훼손’됐고, 윤석열 파동에서 확인된 수사 외압과 향후 있을 재판 외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