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예상보다 큰 표차 탓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초미니 선거’, ‘지역 선거’, ‘새누리 우세 지역’임을 여러 경로를 통해 강조하며 ‘애써 무시’ 전략을 펴는 것도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5곳의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31일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규모가 중대형이었다면 ‘박근혜 정권 심판론’으로 논점을 확대했을 거싱다. 그러나 현실은 지역개발 위해 인지도 높은 후보가 당선됐다”고 말했다. 무시전략의 일환인 ‘초미니 선거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확대해석도 경계했다. 민 의원은 “헌법 제1조는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관권 부정선거거 속속 드러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진상조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이번 선거결과를 결부짓는 해석에 ‘전혀 다른 일’로 정의 내린 것이다.
민주당의 ‘당황스러움’의 핵심은 큰 표차다. 당초 민주당은 화성갑 선거에서 ‘10% 안팎’의 격차로만 지지율 차를 좁히면 ‘선전’을, ‘5%대’로 지지율 차가 줄 경우 ‘사실상의 승리’를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화성갑 지역의 ‘박근혜-문재인’ 지지율 차가 12% 가량임을 고려하면 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서청원 후보에게 30%가 넘는 큰 표차로 지게 됐다. 지명도와 인물 경쟁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30%차는 ‘너무 큰’ 패배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파상적인 대여 공세를 펴오던 민주당의 전략도 일정 부분 수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도부 책임론’도 꿈틀댄다. 선거 초기엔 ‘미온 대응’으로, 중반 이후엔 ‘적극 대응’을 하는 등 온탕냉탕을 오가는 선거전략 부재 탓에 선거에 크게 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일용 후보에 대한 사정 정리 작업 없이 언론의 ‘삼고초려’ 보도에만 흐뭇해하다 손학규 고문 영입엔 결국 실패했다는 지적은 지도부에 뼈아플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남은 국회 일정도 이번 선거 패배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 당장 새누리당은 ‘민생입법’과 ‘서민경제’로 야당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정쟁’과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야권을 공격하는 새누리당의 공세도 거셀 전망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선거패배를 확인한 30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