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비망록’ 파문이 점입 가경이다. 홍 의원은 안철수 의원 측근들의 ‘반박’이 이어지자 “안철수의 침묵은 본인만 알기 때문”이라며 재차 불을 지폈다. 손학규 고문이 문재인 캠프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민주당 지도부와 손학규계 인사들마저 반발하며 야권내 ‘내홍’이 ‘내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친노(親盧) 가 야권내 경합세력인 안철수 의원측 및 민주당 내 친안(親安) 세력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4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 ‘신당을 창당하면 당의 전권을 달라’는 얘기가 안 의원측으로부터 있었느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 안 후보의 최측근들이 이것(당의 전권)을 협상의 카드로 썼다. 저희가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책에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 의원 본인이 언급않고 있는 것은 본인이 알고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대해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문건은 없다’, ‘민주당 측이 먼저 제안한 내용’이라는 안 의원 측근들의 반박에 대해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협상 당시에 테이블에 나왔던 분들이 아니다. 정작 그 협상에 참여했던 분들은 지금 말씀이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송호창 의원, 금태섭 변호사 등의 반박을 ‘모르기 때문’이라 일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안 의원측의 ‘협상 당사자’가 누구였느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홍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안 의원측의 반발은 거세다. 안 의원측 조광희 변호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권이라는 것이 달라고 하면 줄 수 있는 것이냐. 그렇다면 달라고 해볼껄 그랬다”며 “(친노 인사들이) 라쇼몽을 찍고 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해 인지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엮여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학규계의 반발도 거세다. 홍 의원은 책에서 ‘문 의원은 손학규 고문 지원 요청을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 했지만 ‘지금은 만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썼다. 그러나 손 고문측 김유정 전 의원은 “손 고문이 지난 대선에서 20여차례 넘게 지역 지원 유세를 다녔다. 기본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화된 안 의원측과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당내 일부 계파 의원들이 안 의원을 노골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 고문마저 ‘도맷금’으로 걸고 들어가면서 ‘중심잡기’가 만만치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여당 공격에 힘을 쏟아도 모자를 판인데 당내 분란이 났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석희ㆍ이정아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