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속의 새 ‘붕(鵬)’의 비상일까.
안철수 의원이 ‘정론관 테이프’를 끊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특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가 정론관에 직접 선 것은 의원이 된 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도 그동안 특검법안 발의를 주장해온 터라 ‘특검법안’을 매개로 ‘신(新)야권공조’ 움직임이 본격화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안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특별검사에 의한 통합수사만이 사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정보원 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에 국가보훈처, 안전행정부 등으로까지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과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선 “김한길 대표께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했다. 긍정적인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A4용지 7장 분량의 ‘특별검사의임명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대상은 지난해 대선과 관련한 국가기관은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이다. ‘윤석열 파동’으로 불거진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수사 은폐·조작·방해 등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특검 추천권은 대한변호사협회가 가진다.
안 의원은 그동안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의 이날 ‘정론관 브리핑’은 브리핑 내용만큼이나 정치 행보를 광역화 하는 것 아니냐는 것도 큰 관심거리다. 안 의원은 이르면 11월 중 있을 ‘신당 창당’ 이슈,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공조, 향후 정치 행보 등에 있어 각종 해석의 중심에 서있다.
발표 시점도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안 의원이 국정원 개혁 입법안을 들고 나온 이날은 10·30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참패한 직후다. 당초 예상보다 당락 득표차가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된 시점에 안 의원이 정론관에 직접 나선 것이다.
‘신당 창당’설이 구체화되는 시점과도 맞물린다. 이르면 11월 중으로 창당 준비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알려지는데, 창준위 출범을 위해선 ‘세’를 규합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안 의원이 직접 특검법안을 발의하면서 지지층 규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신당창당과 관련 ‘올해 안에 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선 따로 자리를 갖고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논란이 된 ‘홍영표 비망록’ 파문에 대해선 ‘무대응’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날 안 의원은 비망록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의에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당의 전권 요구설’, ‘미래대통령 지칭설’ 등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 안 의원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사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존재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대권후보’였다는 과거 입지에 비해 국회의원이 된 다음엔 ‘300명중 1명’이라 의미가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안 의원이 ‘특검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야권 내 권력지형 개편이 가속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사안이 정리된 다음 입장을 발표하면서 뒤늦은 ‘숟가락 정치’ 비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국감 직후 꺼내든 특검법안이 그간 ‘존재감’ 위기론으로 위축됐던 안 의원측의 ‘어깨’에 힘을 싣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홍석희ㆍ이정아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