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재중-국정원 의혹 수세몰리자 국면전환 의도’ 관측
[헤럴드 생생뉴스]박근혜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한 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날이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기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부는 ‘시급성을 다투는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도리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떠난 틈을 이용해 서둘러 처리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한국일보가 전했다.
정부는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의 핵심적인 이유로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핵심인사들이 북한과 연계된 ‘RO’ 조직원들이란 사실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의 1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헌재가 180일 내에 해산을 결정한다면 이 의원이 대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통진당을 해산시키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정부가 헌재에 ‘정치적 결정’을 강요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결정을 내린 것은 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검찰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에 대해 박 대통령의 출국 당일 소환 통보한 점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전 정부에서도 국가적 갈등 사안에 대해 대통령과의 무관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에 조치를 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떠난 틈을 이용해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처리했다가 논란을 빚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여권이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들의 잇따른 대선 개입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을 감안하면 국면 전환 의도가 상당하다는 관측이다. 마침 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침묵을 깨고 ‘댓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여권이 박 대통령의 ‘지침’ 내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던 터다. 통진당 해산 카드는 ‘댓글 국면’에서 완전히 탈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에 이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확산될라치면 ‘이석기 사태’가 터지는 등 이번 정부 들어 몇 차례 반전카드로 위기를 헤쳐왔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통진당 해산 여부에 대한 헌재의 본격 심리와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재판 등이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할 것이란 점에서 통진당 해산 카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공안 태풍’ 속에서 치르겠다는 장기 프로젝트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며 “여권 입장에선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의 이반을 최대한 막으면서 동시에 집토끼를 확실히 잡아야 할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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