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안’ 탓에 법조계에 때아닌 ‘법리 해석’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인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을 ‘제대로’을 할 수 있느냐와, 제출된 자료의 ‘원본’·‘사본’ 논란, 제출된 자료의 ‘증거력’ 인정 여부 등이다.
우선 눈여겨 봐야할 것은 헌법재판소법 32조(자료제출 요구 등)이다. 이 조항은 ‘재판ㆍ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이다.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는 정당해산 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재판이 법원에서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재판 자료를 헌재가 요구할 수 없다.
이에대해 정점식 법무부 TF팀장은 “원본을 송부할 수 없다는 취지고, 사본은 받을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었는데, 헌재가 ‘기록의 원본을 송부할 수 없다는 취지’라 설명해 사본을 받아간 적이 있다”고설 말했다.
그런데 이럴 경우 ‘원본’과 ‘사본’의 규정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예컨데 파일로 된 문서를 프린트 했을 경우엔 ‘원본’이고, 원본을 복사기로 복사하면 ‘사본’이 되느냐는 것이다.
제출된 자료가 헌재 결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느냐도 별도의 법리 해석이 필요하다.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 판결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헌재 관계자는 “사건 자료 기록을 반출할 수는 없으니, (법무부가) 공식적인 기록 말고 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는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법무부가 제출하는 자료가 수사중이거나 재판중인 자료들일 가능성도 있는데, 증거로 사용가능하느냐는 별도의 해석이 있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헌재의 결정이 의원직을 상실케 할 수 있느냐 여부도 쟁점이다. 헌법에 보장된 ‘3권 분립’ 규정 때문이다.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될 경우 준사법영역이 입법영역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과거 독일의 경우 연방 헌재가 주문으로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지만, 독일은 논란 끝에 법률을 제정해 연방 헌재가 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헌법 64조는 국회의원을 징계하거나, 의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만 주고 있다.
홍석희ㆍ김재현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