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서도 “지난해 검란때와 비교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헤럴드 생생뉴스]대검찰청이 11일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을 법무부에 청구함에 따라 지난 20여일 간의 감찰 조사는 윤 지청장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는 수사팀의 항변과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휘부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검찰이 일방적으로 지휘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한국일보가 전했다.
그러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처리를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렸다”는 대검의 발표와 발리,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감찰은 애당초 윤 지청장 등 수사팀을 징계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통상적인 수사와 판이하게 달랐던 감찰 조사 방법은 물론 형평성을 잃은 결론까지, 총체적인 ‘부실ㆍ표적 감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검찰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의 외압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부실한 조사에 기반을 둔 결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감찰의 발단은 지난달 국정원의 트위터를 통한 대선개입 혐의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놓고 윤 지청장 등 수사팀과 지휘부 간에 벌어진 의견 대립이었다.
수사팀은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이 있나. 내가 사표를 쓰면 수사를 하라’고 했다”며 외압에 따른 수사방해 의혹을 제기했고, 조 지검장은 “좀 더 검토를 하고 정식으로 보고를 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수사팀이 팀장 전결로 영장을 받아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한 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조 지검장의 결재를 받았느냐를 놓고도 양측의 의견을 엇갈렸다.
검찰은 “조사 결과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조사는 각자 한 차례의 서면 조사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전화 조사가 전부였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결국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 외에는 입증 자료가 없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인데, 결과는 외압이 없었다는 쪽으로 흘렀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통상적인 수사 절차를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 신문 등을 통해 추가 조사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서면 조사만으로 성급하게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과거 감찰 조사 방식과 비교해도 이번 감찰의 부실함은 그대로 드러난다. 감찰본부는 지난해 검란(檢亂) 당시 ‘초유의 대검 중수부장 감찰’이란 부담을 안고 최재경 중수부장을 직접 대면 조사했다. 이런 전례와 달리 서면 조사만으로 마무리한 것 자체가 애당초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감찰본부는 또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대표에게 수사 기밀이 유출됐다는 의혹 조사에서도 “윤 대표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혀 이 같은 부실 조사 지적을 더욱 부추겼다.
윤 지청장 등 수사팀이 지휘부의 지시를 불이행했다고 판단한 부분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조 지검장이 보강 수사를 해서 다시 보고하라고 한 지시를 무시했다”는 게 감찰본부의 판단이었지만, 조 지검장의 지시가 반드시 따라야 할 정식 지시였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조 지검장이 지난달 21일 국감에서 밝힌 대로 윤 지청장과 대면한 것이 “맥주 한잔 하는 자리”여서 정식보고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같은 자리에서 이뤄진 조 지검장의 지시는 ‘정식 지시’로 인정하는 모순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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