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회의 한차례 열리지 않은 ‘멀뚱멀뚱 위원회’가 14일 열리는 청와대 국감에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중 위증 논란을 불러왔던 ‘동양사태 서별관 회의’도 재론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마다 갈아입은 한복 비용도 국감의 관심거리다.
청와대가 국감에 제출한 국감서면질의 답변서를 보면 현재 대통령실 산하에는 15곳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7곳은 회의 등 운영 실적이 미미하다. 회의가 한차례도 열리지 않은 곳도 있었다. 각종 행사를 주도하며 대외 활동에 여념이 없다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정작 내부 회의가 한번도 없었다. 우주기술 융ㆍ복합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겠다고 야심차게 띄운 ‘국가우주위원회’도 출범이후 다섯 달이 넘었지만 위원들은 단 한차례도 모이지 않았다. 그나마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국가지식재산 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청년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5개 위원회는 겨우 한차례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기억상실’도 새삼 확인됐다. 청와대는 ‘서별관’에선 모두 세차례(9월 1일, 9월 22일, 10월6일)에 걸쳐 동양그룹 관련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고 답했다. 9월 1일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 원장과 홍기택 산은지주회장이 모여 동양그룹 등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들에 대한 대책논의가 이뤄졌다. 동양사태(9월 30일)가 불거지기 일주일 전인 9월 22일에도 이들은 동양그룹의 회생 가능성을 논의했다.
지난 달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최 원장은 서별관 회의에 대해 “일반적 경제 상황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동양그룹에 관해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에 동양 사태를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도 “안 했다”고 했다. 결국 산업은행 국감에서 홍 회장이 세 차례의 동양관련 서별관 회의 사실을 확인하자 최 원장은 기억을 못했다고 둘러댔다.
한편 패션쇼까지 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비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별도 의상비용이 (예산에) 편성 있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청와대’에 근무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업무추진비에 대통령 의상 비용이 포함됐을 것이다. 월급으로 사기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업무추진비’사용내역 공개 요구에 대해선 “국정수행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답을 피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