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회의 1회 참석하면 250만원…공기업에만 2500곳 육박
[헤럴드 생생뉴스]공공기관의 사장·감사 자리보다는 못하지만 ‘쏠쏠한 자리’가 비상임이사다. 큰 공기업의 경우 7~8자리에 이르는 이 자리엔 정치권 인사, 전직 관료 등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포진해 매달 200만~300만원씩 수당을 받고 있었다. 사회공공연구소 쪽은 “이들이 해당 기관의 입장보다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경영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 최근 5년 새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진을 보면 이들의 전문성에 대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도로공사 비상임이사 8명 가운데 고아무개 전 육군 3사단장, 최아무개 전 건설교통부 국장, 임아무개 전 해양경찰청 차장, 정아무개 국가정보원 국장 등 4명은 군·경찰·국가정보원 등 출신이다. 이들은 매달 한차례 정도 한시간도 안 되는 회의에 참석한 뒤 월 200만원의 직무수당과 50만원의 회의참석 수당(1회당)을 받는다.
철도공사도 8명의 비상임이사진 가운데 김아무개 전 관세청장, 김아무개 전 국무총리실 수석비서관, 한아무개 새누리당 지역 위원장, 함아무개 전 건설교통부 항공안전관리관, 유아무개 전 작전사령부 참모장 등 5명이 주무부처 등 정·관계에서 왔고, 나머지 비상임이사 가운데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 등이 있다. 이밖에 한국가스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에도 정당이나 군 출신 인사가 비상임이사로 있다.
이를 두고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비상임이사 제도가 책임있는 경영감시와 자문 역할 대신 청와대나 여당 출신을 포함한 친정부 인사들의 고정적인 수입원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 문제는 비상임이사들의 방관하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는 공기업 187명, 준정부기관 674명 등 861명에 이른다. 기타공공기관(1348명)까지 합치면 책임은 안 지고 수당을 타갈 수 있는 비상임이사 자리는 무려 2494곳이다.
이미 비상임이사제도가 변질됐다는 지적도 많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는 “전문성이 없는 곳에서 온 분들 가운데 제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분도 있다. 어차피 비상임이사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 역시 “비상임이사는 실제로 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다른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기관장의 전횡을 감시하라는 게 비상임이사인데, 기관장도 정부에서 오고, 감독관청도 정부에서 오고, 비상임이사도 퇴직관료 등이 낙하산으로 오면 견제가 되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 제도의 운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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