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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균 “노 전 대통령 회의록 삭제지시 없었다” 검찰에 반박
“선거개입 국정원은 기소유예, 왜 내가 사법처리 대상?“



[헤럴드 생생뉴스]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삭제나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은 “1월 검찰 조사 때는 (삭제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지만 7월 이후 조사 때는 분명히 잘못된 진술이었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고 경향신문이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의 말이 맞다면, 그의 진술을 앞세워 ‘회의록 삭제는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회의록 폐기의혹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지시해 삭제·파쇄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 증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검찰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사건 관련 수사를 받을 때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회의록을 수정하고 삭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당시 그런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진술은 부정확한 기억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잘못된 진술이었다’고 검찰에 밝혔는데, 검찰이 1월 진술만 인용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이 법정에서도 계속 이런 주장을 펼친다면, 검찰의 첫 번째 증거는 힘을 잃게 된다. 조 전 비서관도 1월 조사 때 어떤 이유로 그런 진술을 했는지, 갑자기 진술이 바뀐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내세운 두 번째 증거는 회의록이 실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삭제됐고, 삭제 이후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8년 2월14일자 ‘메모보고’에도 삭제 사실이 명기돼 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 측은 “회의록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표제부’만 삭제된 것이고, 메모보고에도 ‘삭제했다’는 보고만 있었지,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이 작성한 메모보고에는 ‘대통령님께서 지시하신 바에 따라 점검·수정했다’는 것과 ‘안보실장과 상의해 e지원의 문서관리 카드에서는 삭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초안은 대통령기록물도 아니고 보존할 필요가 없으니까 삭제 조치를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모보고에 나오는 ‘수정’과 ‘삭제’의 주체가 누구인지,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조 전 비서관과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기소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논란이 된다. 두 사람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죄는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비록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도 역사적 기록물을 무단 삭제한 것은 중대한 범죄 혐의이고 회의록 파기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했다”고 밝혔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보다 역사적 기록물 보존 의무를 중요하게 여겼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조 전 비서관은 “솔직히 내 행동이 왜 사법조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개입 사건에서 불법행위를 실행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는 “상부의 지시를 따른 것뿐”이라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면, 조 전 비서관과 백 전 실장에게 ‘기소유예’가 아닌 ‘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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