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한집에서 한 가족처럼 오순도순 함께 여생을 보낸다는 방송 뉴스가 있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봤다.
내용은 이랬다. 경남 의령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2007년부터 독거노인 공동주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라는 거다. 홀로된 노인들을 5~9명씩 한 단위로 경로당이나 빈 집을 리모델링해 같이 살게 하고 텃밭도 제공한다는 것. 매월 30만원 이상 생활비에 매주 건강검진 서비스까지. 한마디로 감동이다.
귀가 솔깃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팔순 넘은 엄니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며 십수년째 차편으로 30여분 거리에 따로 사신다. 독거노인이다. 주말마다 찾으려 하지만 순전히 눈도장에 불과하다. 이번엔 오래 머물며 손이라도 꼭 잡아야지 해놓고 갖은 구실로 탈출하다시피 한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설픈 보은보다는 차라리 의령군 모형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누구라도 독거노인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시골은 대부분 노인가족이다. 실제로 올해 독거노인은 120만가구로 전체의 7%에 이른다. 2000년에 비해 2.3배나 늘었다. 노령화 사회다. 심각한 건 노인들 삶의 질이다. 우리 노인 빈곤율은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9위로 미국의 절반, 일본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살길이 막막해 목숨을 끊는 65세 이상 노인도 10만명당 77명으로 전체 연령대에 비해 2.5배나 된다. 더 가혹한 것은 밥벌이의 짐을 내려놓는 시기가 70고개라는 사실이다. 서글프다.
말년독거는 곧 나의 미래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그리 멀지 않은 자화상이다. 그러니까 한국전쟁(1950~53년)이 끝난 후 10년간 밤낮으로 줄기차게 태어난 900만명의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하고 말년에 외톨이가 되는 시기엔 그야말로 독거 지옥이 될는지 모른다. 게다가 자녀세대까지 효의 끄나풀이라도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미리미리 학습하고 예비하는 의미에서라도 늦었으되 지금부터라도 끼리 어울려 남은 생을 웃으며 즐겁게 살게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부모이기 전에 잔혹한 일제와 처절한 6ㆍ25전쟁을 온몸으로 겪고 산업화를 앞서 이끈 불우했으나 근면성실한 세대였다. 그들의 수레를 기껏 뒤에서 밀고, 민주화에 고작 한 발 내디딘 것으로 내 할 일 다 했다고 한다면 너무 약질 않은가.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개인적으로 최근 한 달 사이 네 번의 문상이 있었다. 때가 때인지라 윗세대들이 황망하게도 줄줄이 떠난다. 얼마 전 어머니마저 여읜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근래 엄니 전화가 부쩍 잦다. 한 움큼으로 남겨진 당신의 삭신을 파고드는 그 고독의 통증이 커진 때문이리라. 차라리 소설같이 엄마를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다.
먼저, 목민(牧民)의 진수를 보인 의령군에 박수를 보낸다. 복지 복지 외쳐봐야 이보다 더 실한 것도 없다. 조상들의 십시일반 두레정신까지 접목해 보자. 효행 기부포인트 등 연구하면 얼마든지 쉽게 제도화할 수 있다. 부디 새해엔 의령의 효심이 홀씨 되어 널리널리 퍼졌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황해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