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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셔리 워치로 남자의 모든 것을 말한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얼마전 온라인 상에선 ‘추신수 시계 로저드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방송에 단독 게스트로 출연한 추신수에게 김구라가 “시계는 진짜 좋은 거 찼네요”라고 독설을 날리자 “많이 벌잖아요”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추신수 시계 로저드뷔’는 일약 인기 검색어 상위 목록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엔 개그맨 노홍철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국산 대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고가의 시계를 차고 나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성 명품 세계의 ‘끝판왕’ 명품 시계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구두ㆍ벨트ㆍ안경ㆍ넥타이 등이 사치품의 전부인 남성에게 명품 시계는 하나의 로망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특히 명품의 관심도가 자동차에서 시작한다면, 시계는 남성 명품 세계의 끝이다. 여성들의 취향이 고가의 핸드백에서 보석류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셈이다.


■남성, 명품시계에 눈을 뜨다

추신수 시계로 알려진 로저드뷔(ROGER-DUBUIS)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로 모든 부품을 자체 제작하며 100% 수작업으로 조립되는 하이앤드워치다. 당시 추신수가 차고 나온 로저드뷔 시계는 ‘엑스칼리버 로즈골드 월드타임 존’으로 가격만 6500만원을 호가한다. 노홍철 시계 역시 1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의 명품시계 브랜드인 IWC에서 제작한 ‘포르투기스 퍼페츄얼 칼렌더’로 4500만원에 달한다.

TV 화면상에 나온 시계만 보고도 브랜드와 가격을 콕 찝어 맞추는 네티즌들의 안목은 놀라울 정도다. 그만큼 명품 시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커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해도 시계하면 ‘예물 시계’를 떠올렸지만 최근 들어선 나만의 패션을 위해, 혹은 나만의 자존심을 위해 명품 시계로 관심을 돌리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시계가 차고 있는 사람의 지위와 신분, 품격 등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하나의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명훈 롯데백화점 해외패션MD팀 MD(상품기획자)는 “시계가 남성들에게 성공 또는 취향의 표현으로 여겨지면서 예물 목적으로 고급 시계를 구매하던 형태에서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남성 단일 고객이 70%를 차지해 신혼부부 고객을 앞질렀으며,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경우 시계매출의 남녀 성비가 6대 4로 비즈니스 또는 전문직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여성이 주류였던 명품 하이주얼리&워치스 매장의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남성고객 비중이 지난해에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전년에 비해 21%, 40대가 56%, 50대가 17% 각각 증가해 경제력을 갖춘 남성들의 명품 시계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명품 시계에 입문하는 연령층이 20~30대로 젊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경제력을 어느정도 갖춰가는 시기에 자신의 품격을 나타내는 도구로 명품 시계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결혼예물에서도 선택과 집중의 ‘가치 소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명품 시계 입문 연령층을 낮추고 있다.

이정환 현대백화점 명품시계 바이어는 “예전에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20대 초ㆍ중반으로 수요가 확대돼 불황에도 명품 시계만큼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수 신세계백화점 럭셔리 시계 담당 바이어도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남자들이 수입차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배척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진 것처럼 대중들의 명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남성들도 자연스럽게 명품 시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크호이어 부터 파텍필립, 오데마피게까지...

최근에는 남성들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계가 상대방의 기호와 성향, 성격 등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 명품시계 매니아인 CEO는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상대방의 시계를 보면 그의 성향을 파악하기 쉽다”면서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시계 이야기부터 시작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명품시계에 입문하는 고객들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가격대별로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도 이뤄지고 있다. 명품시계가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패션 소품’으로 인식되면서 최소 5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원과 수억원을 호가하는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IWC, 랑게 운트죄네, 파텍필립, 오데마피게, 브레게 등 이름도 생소한 브랜드들이 국내에 상륙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특히 명품시계에 대한 전문지식이 높아지면서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시계를 구입하려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명품 시계 구매가격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가치 소비’가 뚜렷해지면서 명품시계 구매 가격대는 500만원에서 1000~1500만원대로 높아졌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 시계 편집 매장의 평균 단가도 3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백화점 오명훈 MD는 “젊은 남성들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로 시작해 고급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알아가면서 점차 높은 가격대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명품시계는 일반 시계장르가 평균 10%대의 신장률에 그치는 것에 비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명품시계 신장률은 무려 35.3%에 달했으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19.5%, 22%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베스트 인기 브랜드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남성 명품시계 중 인기브랜드 베스트 아이템은 파텍필립의 ‘애뉴얼 캘린더 레귤레이터’와 까르띠에 ‘까르띠에 탱크 MC 스켈레톤 워치’, 오데마피게 ‘로얄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예거르쿨트르, IWC, 로저드뷔, 위블로 등이 꼽힌다.


파텍필립 ‘애뉴얼 캘린더 레귤레이터’(Annual Calendar Regulator)는 울트라 씬 셀프 와인딩 방식의 자사 무브먼트 31-260 REG QA가 탑재됐고, 60시간 파워리저브를 지원한다. 12시 방향에 배치된 서브 다이얼을 통해 시간을 읽을 수 있고 센터 바늘은 분을 가리킨다. 6시 방향의 창에는 날짜 표시와 60초 스몰 세컨드를 지원해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멋을 연출한다.

까르띠에 ‘까르띠에 탱크 MC 스켈레톤 워치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디자인돼 남성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오데마피게 ‘로얄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Royal Oak Offshore Chronograph)는 시계 페이스에 최초로 8각형을 도입한 옥타곤(Octagon) 형태로 오데마 피게만의 특별한 기술로 8개의 스크류만으로 고정해 그 어떤 충격에서도 분해 되지 않는 강점을 갖고 있다. 

CEO의 시계로 알려진 예거르쿨트르는 1000~3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엔트리급 모델들도 출시해 젊은 남성들의 구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클래식한 원형 시계인 마스터 컬렉션과 회전하는 케이스가 특징인 리베르소 컬렉션이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추신수 시계로 유명한 로저드뷔는 평균 8000만원대의 초호화 시계로 연간 4000개만 생산하며, 특히 투르비옹이 2개가 탑재돼 일반 시계보다 정확한 ‘더블 플라잉 투르비옹 스켈레톤’은 3억5000만원대의 높은 가격대임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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