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아이는 생각보다 씩씩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열이 오르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생활 속에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였다. 힘든 치료를 견디면서 어른이 되면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민혁(가명)이는 6살이던 지난 2011년 ‘급성 림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넘어졌던 아이가 자꾸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민혁이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셋째를 임신했고, 또 직장생활까지 하면서 민혁이와 동생까지 돌보느라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한참만에야 찾아간 동네 정형외과에선 큰 병원을 찾아가라고 했다. 어렵게 찾아간 대학병원에선 민혁이가 ‘급성 림프 백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름조차 낯선 병명이었다.
어린 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치료가 시작됐다. 민혁이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 할 때면 어머니는 민혁이를 조금 더 일찍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서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린 동생 두 명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민혁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비싼 병원비를 지불하기엔 역부족이다.
#그저 또래보다 조금 약한 아이인줄 알았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힘들어 했지만 몸이 허약하다고만 생각했다. 필리핀에서 온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로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첫째를 돌보며 생계를 꾸리느라 둘째 은진(가명)이에게는 신경을 쓸 여력조차 없었다.
병원에선 은진이가 ‘심방중격결손증’이라고 했다.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에 구멍이 나 있는 경우다. 다행이도 어릴 때 발견이 돼 조기에 수술만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진단을 받은 후 2년 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고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이렇게 번 돈으로는 재활원에서 지내고 있는 첫째 면회를 위한 교통비와 간식 비용조차 대기 힘든 형편이다. 열 살 은진이 수술은 엄두고 못 내고 있었다.
KT&G ‘기부청원제’ 게시판을 통해 민혁이와 은진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사연이 올라오자마자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이에 KT&G는 곧바로 기금운영위원회를 열고, 두 아이를 돕기로 결정했다.
KT&G와 주변의 따뜻한 도움 덕분에 민혁이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고, 은진이 역시 심장병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가족들과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민혁이와 은진이 외에도 총 11명이 KT&G 기부청원제의 지원을 받았다.
KT&G ‘기부청원제’가 소외된 이웃에 희망의 등불을 전하고 있다.
KT&G ‘기부청원제’는 임직원들이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연을 사내전산망에 올리고, 이를 추천하는 댓글 수가 200개 이상일 경우 청원내용을 채택하는 제도다.
여기에 활용되는 기금은 모두 ‘상상펀드’를 통해 조성된다. KT&G ‘상상펀드’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성금에 회사가 동일금액을 매칭그랜트로 기부하고, 임직원의 봉사활동 1시간을 1만원으로 환산한 금액을 회사에서 추가로 기부해 만들어진다. 올해 상상펀드 조성 예상금액은 3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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