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공개된 군위안부 강제동원 관련 사료는 이제까지의 어떤 자료들보다 생생하고 확실한 역사 기록이다. 일본인이 직접 쓴 것이기에, 일본조차도 그 어떤 변명을 할 수 없는 완벽한 진실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이 정도면 아베 정부도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자료를 보면 일본군이 ‘군용자금’으로 위안부를 샀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돈을 주고 적극적으로 위안부를 모았다는 것이다. 부족한 군위안부를 더 모집해 달라는 청원 기록도 남아 있다. 당시 모집은 곧 강제동원이었다. 실제로 국가 총동원령에 의해 수십, 수백명이 끌려왔다는 정황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헌병 자료에는 일본군이 위안부를 어떻게 유린하고 노예화했는지 그 죄상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중국 내 8곳에 배치된 위안부 수, 위안부 1명당 군인 비율, 심지어는 열흘간 위안소를 이용한 군인 수 등의 기록까지 촘촘히 적혀 있다. 아무리 과거를 부인하고 싶은 일본이라도 꼼짝 못할 완벽한 사료들이다. 애써 묻으려 했던 진실이 70년 만에 완벽하게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 왜곡을 자인할 수밖에 없는 증거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린성기록보관소 역시 이번 사료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료 공개가 한ㆍ중 역사연구 교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위안부 연구에 관한 한ㆍ중 학계 공조가 이미 시작된 터라 지린성 자료 공개를 계기로 양국 공동 역사연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역사 바로세우기 공동연구를 넘어 북핵 및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한 민ㆍ관 공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여전히 망언을 일삼는 후안무치한 일본이다. 고노 담화 정신을 계승한다고 해놓고는 뒤통수치기가 일쑤다. 한ㆍ중 정상이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과 시안의 광복군 주둔지 표지석 얘기를 한 것도 생트집 잡는다. 지금 헤이그에서는 핵안보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북핵 대비 공조 방안이 주제지만 한ㆍ중 정상은 역사 살리기 공조에도 무게감 있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동북아에서 한국과 중국의 공조가 일본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보다 아베 총리가 잘 알 것이다. 일본이 ‘동북아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지린성의 진실이 확인된 이제라도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든 정치든 외교든 한ㆍ일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 진실을 호도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그로 인해 잃는 것이 더 많고 치명적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