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등산과 꽃구경,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이 많은 봄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은 여전하지만 뿌연 하늘은 분명히 예년의 봄 하늘과 다르다. 미세먼지는 지근거리에서도 육안식별이 어려워 아침 차창에 쌓인 먼지를 보고나서야 심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입자크기로 구분하는데 황사는 모래바람으로 칼슘, 철분, 마그네슘과 일부 중금속이 주성분이지만 미세먼지는 질산염, 황산염 등 2차 오염물질이 많아 위해성이 더 높다. 미세먼지로 수도권에서만 연간 2만여명의 조기사망과 80여 만명의 폐질환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2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자료도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에 이은 황사의 계절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미세먼지와 황사의 위해성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예보와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지만 정작 무방비로 밖을 나서는 국민들을 보면 안전불감증이 염려된다. 일년 중 봄과 하루 중 10~12시로 활동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임에도 말이다. 최근 한달간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약간나쁨’으로 발표되는 81μg/㎥이상이 11일로 ‘보통’ 일수보다 많았다. 불과 2년전만 해도 2012년 서울의 평균치는 41μg/㎥으로 워싱턴 12, 동경 21, 파리 27보다 높긴 했지만 올해처럼 심각하진 않았다.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직접 폐포로 이동하여 폐렴과 혈관질환 및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다. 따라서 국제암연구소는 PM2.5이하의 초미세먼지를 석면, 흡연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당국의 예보에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요령을 따라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 대책에 사업기회 있다. 식약처 인증 마스크도 미세먼지를 80%까지만 여과할 수 있으니 기능성에서 아직 미흡하고 외관상 보기도 좋지 않다. 따라서 실외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농수산업 종사자들이나 시장 상인, 공사장 인부 등에게 적합한 마스크, 군인이나 운동선수 등 격렬하게 움직이는 직업군, 정밀기계를 다루는 직종, 한번 빨면 세정력이 급격히 떨어지니 습기에 강하고 잘 마르는 마스크 등 다양한 기능성 마스크의 개발이 시급하다. 중국인구 13억 7000만명에 우리나라 5000만명이 1개씩만 착용해도 14억 개가 넘는다. 또한 가정과 사무실용 미세먼지 제거용 공기청정기도 유망산업분야다. 회의장, 사무실 등 대형건물과 집객시설에는 공기압축식 먼지떨이기 설치가 보편화 될 것이다. 아울러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강화, 충전소 확충설치, 충전시간 단축에서 창조경제를 찾아야 한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자. 국립산림과학원은 숲의 정서 문화적 가치를 제외한 수원 함양, 대기정화, 토사유출방지 등 공익적 가치를 73조 1799억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2미터 나무 한그루가 20미터의 황사를 커버할 수 있다고 하니 숲가꾸기도 주요대책의 하나로 봐야한다. 무더워진 열대야와 열섬현상 극복에 도시녹화는 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에서 고강도 방지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미세먼지는 우리의 생활습관 변화가 더 중요하다. 아웃도어 레포츠 문화가 보편화된 요즘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로는 좀 설득력이 약하다. 실제로 실내에서 오염물질 전달률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숲이 깊은 심산으로 떠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자연의 역습이 무서운 건 훼손은 개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뤄지지만 그 피해는 노약자와 임산부를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이고 동시 다발적인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무절제하게 문명의 이기를 추구해온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자연과의 상생에 진지하게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