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만원과 79만9000원. 지난 겨울 구매 돌풍을 일으킨 ‘캐나다 구스 패딩’의 가격이다. 전자는 공식 수입업체, 후자는 지난 2월 창고형 할인점의 판매가격이다. 할인점 판매가가 36.1%나 낮은 건 병행수입 덕분이다. 9일 관세청이 처음으로 공개한 10개 공산ㆍ가공품의 수입원가를 보면 그동안 한국 소비자가 해외 브랜드들의 ‘봉’ 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1423원짜리 립스틱은 14.87배나 높은 2만1150원에 팔리고, 3735원에 수입된 칠레산 와인은 주류매장 판매가격이 5.34배인 2만450원이다. 평균 수입가가 13만1628원인 유모차의 경우 4.3배인 56만9500원에 팔렸다.
수입가에 짠뜩 낀 거품은 공식 수입업체가 지배하는 독점적 유통구조와 이들의 고가 마케팅 탓이다. 정부가 내놓은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은 병행수입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해외 직접구매 품목을 확대해 수입품 가격에 낀 거품을 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수입제품의 경쟁적 유통구조를 촉진해 부풀려진 소비재 가격을 바로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특히 해외 직구의 통관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은 ‘손톱 및 가시’를 빼는 적절한 방안이다.인터넷으로 100달러 이하의 물품을 구입할 경우 지금은 관세사를 통해 69개나 되는 산고항목을 작성해야 했지만 올 7월부터는 통관목록만 제시하면 세관을 통과할 수 있게된다. 최대 3일 걸린던 통관기간이 ‘즉시 통관’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또 병행수입 물품의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QR코드 인증제를 도입하고 인증대상을 기존 236개에서 350여개로 늘린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맹점으로 꼽히던 애프터서비스(AS)의 경우 병행수입협회가 공동 AS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는데 일본처럼 정식 매장에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는 병행수입과 해외직구를 통한 소비재 수입액 비중을 5%에서 2017년 1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금액으로 치면 8조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기존 독점 수입품과 경쟁을 촉진해 수입소비재 가격을 10~20% 낮춘다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부작용 대처도 면밀해야 한다. 병행수입과 해외직구 시장이 팽창하면 그 만큼 내수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우리 브랜드의 국내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또 늘어날 병행 수입품에 대한 검수 인력 확대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위조 상품 증가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음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