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2013년 귀농·귀촌인구 사상 최대’라는 통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문 방송 등 각 매체들도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각종 통계란 어떤 방법으로 조사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비록 ‘사실’이라 하더라도 ‘진실’과는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정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귀농·귀촌인구는 총 3만2424가구로 2012년(2만7008가구)보다 20% 늘었다. 지난 2009년부터 급증세를 보여온 귀농·귀촌인구가 2013년에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귀농·귀촌 열풍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되레 ‘귀농 거품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는 게 진실에 좀더 가까운 것 같다.
먼저 귀농ㆍ귀촌인구 증가율 추세가 확 꺾였다. 귀농·귀촌인구 증가율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160%에 달했지만, 2013년에는 20%로 8분의 1 토막이 났다. 더구나 귀농인은 2013년 1만923가구로 2012년에 비해 되레 2.6%(297가구)가 줄었다. 사실 이번 귀농·귀촌 통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이것이다.
귀농인구가 2009년 이후 5년만에 감소세로 반전된 것은 전원생활을 주목적으로 하는 귀촌과는 달리, 영농활동을 통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귀농이 그만큼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향후 도시로의 U턴, 즉 역귀농ㆍ역귀촌이 점차 늘어날 것임을 점칠 수 있는 ‘전조’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이후 귀농·귀촌 행렬 속에는 또 하나의 감춰진 진실이 있다.
국토교통부의 토지소유현황자료(2012년말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1%, 전체 세대의 59.9%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개인소유 토지 중 절반 이상(52.2%)은 귀농·귀촌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50대 베이비부머와 60대가 갖고 있다.
현재 시골 땅을 소유한 도시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를 처분할 때 내야하는 양도세 문제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농촌으로 이주해(재촌), 8년 이상 농사를 지어야 한다(자경).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전원행(行)도 드물지 않다.
시골마을 이장에 관해 알려진 일반적인 사실도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많은 예비 귀농·귀촌인들은 시골에 가게 되면 ‘이장님’부터 찾아가 인사를 하고 각종 도움을 받으라고 교육받는다. 물론 시골마을에는 자기 희생과 봉사를 마다 않는 ‘좋은 이장’이 많다. 하지만 ‘나쁜 이장’도 적지 않다.
월권을 행사하고 외지인에게 텃세를 부리기도 한다. 시골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나쁜 이장은 소위 ‘회장님’으로 통한다. 일종의 ‘똠방(무허 중개인)’으로 각종 땅과 집 거래에 끼어들어 중개 수수료에서 자기 몫을 챙긴다.
이제 귀농ㆍ귀촌은 열풍시대를 지나 새로운 질적변환을 모색해야 하는 변곡점에 진입한 것 같다. 피상적인 사실 속에 숨겨진 진실까지 잘 들여다 보고 전원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